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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질서 모두 뒤집힐 것…아시아는 유라시아 시각서 전략 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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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딜런 데이비스 한국지부 대표

딜런 데이비스
한국지부 대표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김정은이 비핵화에 충분히 준비가 됐는지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고, 한·미 간 긴밀한 협의가 함께한다는 전제하에 그렇다.”

아시아재단 한국지부 세미나
“트럼프 시대에서 확실한 건
모든 게 불확실하다는 것”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이 19일 아시아재단 한국지부(대표 딜런 데이비스)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제시한 조언이다.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이날 세미나는 아시아재단이 최근 ‘아시아의 관점에서 본 아시아에서 미국의 역할’이란 보고서를 발간한 것을 계기로 열렸다. 한승주 아시아재단우호협회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곧 출범할 트럼프 행정부는 우연이건 필연이건 미국의 아시아 정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특히 중국과 어떤 관계를 설정할지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국 출라롱콘대학의 티티난 퐁수디락(국제정치경제학) 교수는 “트럼프 시대에서 확실한 건 모든 게 불확실하다는 사실 하나뿐”이라며 “트럼프 시대에 높아질 미·중 간 긴장은 아시아 정부에 위기이지만 오히려 외교적 역량을 발휘할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 대해 “인기는 있었지만 공허했다”며 “아시아에서 중국의 존재감만 높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젠 게임의 규칙이 달라질 것이며, 한국은 그 틈에서 새로운 역할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인도 센터의 라자 모한 국장은 “트럼프의 등장은 지각변동과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는 ‘미국이 국제사회 리더 역할을 하는 것이 미국에 도움이 되는가’란 질문을 던졌다”며 “지금까지의 국제질서는 모두 뒤집힐 것이고 러시아의 역할도 커질 것이다. 이제 아시아도 시각을 넓혀 ‘유라시아’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국제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홍콩 과학기술대 해리 하딩(사회학) 교수는 “트럼프뿐만 아니라 버니 샌더스 민주당 경선 후보 역시 미국의 기존 외교 정책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것을 주목해야 한다”며 “단지 트럼프라는 개인으로 인한 변화가 아니라 미국이라는 국가가 스스로의 정체성에 회의를 갖게 됐다는 뜻으로, 이는 정치·경제적으로도 파장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도 트럼프 정부가 게임의 규칙을 바꿀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윤 전 장관은 “지난 20여 년간 국제사회의 북핵 폐기 정책은 실패했다”며 “이제 한·미 두 국가에 새로 들어설 정부는 섬세하고도 새롭게 북한과 대화 전략을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시아재단은 1954년 미국에서 설립됐으며 아시아 국가들과 미국의 관계 개선 방안을 연구하는 비영리 재단이다. 아시아재단은 미 대선을 앞두고 비공개로 각 지역 전문가를 초청해 미국의 새 지도자가 취해야 할 아시아 정책에 대한 견해를 청취한 뒤 이를 보고서 형태로 공개해왔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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