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식 영웅 만화로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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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헐크'(그림 (左)), 아랍에미리트(UAE) 출신의 마법사….

그간 수퍼맨이나 X맨 같은 서방세계 캐릭터에 심취해 온 아랍권 젊은이들이 이 같은 '이슬람 수퍼영웅'에 열광하게 될까. 쿠웨이트에 본사를 둔 테슈켈 미디어는 올 9월 이슬람 영웅들이 등장하는 만화 '99' 시리즈를 출간할 계획이라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이 23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 만화 시리즈의 출간에는 X맨.파워레인저 시리즈의 작가 등 쟁쟁한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영웅들의 과장된 외모나 악을 물리치고 정의를 세운다는 내용은 서구 만화와 같다. 하지만 만화 주인공들의 개성과 싸우는 목적이 상당히 독특하다. 이들은 이슬람에서 신이 갖고 있다고 믿는 99가지 속성을 한 가지씩 대표하고 있으며 이슬람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싸운다.

이 때문에 테슈켈 미디어의 나이프 알무타와(34) 대표는 서구 만화를 좋아하면서 동시에 이슬람의 전통과 관습을 존중하려는 젊은이들이 주요 독자층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문제는 종교계의 반발이다.

이슬람 종교 당국이 신을 전형적인 서구적 창작물인 만화로 표현하려는 시도에 대해 그간 거부감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회사 측은 "신의 속성 99가지 중 30가지는 캐릭터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오직 신만이 99가지 속성을 다 갖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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