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동의 없이 가면 '뺑소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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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A : 현행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은 교통사고 후 구호조치 등을 취하지 않고 도주한 경우를 '도주차량(뺑소니)'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에서 뺑소니는 '구호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함으로써 누가 사고를 낸 것인지 쉽게 파악할 수 없는 상태'가 해당된다.

따라서 최씨는 뺑소니로 처벌될 가능성이 크다.

피해자에 대한 구호조치가 필요한 상태에서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았는데 사고현장을 떠났기 때문이다. 택시기사 등이 목이 아프다고 한 만큼 단순한 타박상.찰과상 이상의 상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특히 택시 뒤 범퍼가 다 망가졌다면 가벼운 충격으로 볼 수 없다. 택시기사와 승객은 각각 최소한 전치 2~3주의 진단이 나올 수 있다. 최씨는 명함을 줬다는 점을 들어 뺑소니가 아니라고 주장하겠지만 받아들여지기 힘들다.

피해자 입장에선 실제 최씨 명함인지, 다른 사람의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피해자들이 "당장은 병원에 갈 상황은 아니니 나중에 문제가 있으면 연락하겠다"고 했고, 이후 연락처를 주고받은 뒤 헤어졌다면 뺑소니 혐의를 면할 수 있다.

그러나 아주 경미한 부상이었거나, 차만 망가진 경우에도 조치를 취하지 않고 현장을 떠났다면 도로교통법상 조치불이행죄(제106조)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최씨는 자백하지 않는 이상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지 않는다. 그러나 뺑소니는 4년이 지나야 면허를 딸 수 있어 1년인 음주운전보다 더 길다.

음주운전 적발을 피하려다 더 큰 불이익을 당하게 된 셈이다.

뺑소니범으로 몰리지 않으려면 피해자를 가급적 병원으로 데려가 치료를 받게 하고, 경찰이나 보험사에 연락해 기록을 남겨야 한다.

하재식 기자

◆ 자료협조=법무부 보호과 법교육팀(www.lawedu.go.kr), 법률자문=한문철 변호사, e-메일 법률상담=대한법률구조공단 사이버상담팀

◆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5조의 3(도주차량 운전자 가중처벌):1. 피해자를 치사하고 도주하거나, 도주 후에 피해자가 사망한 때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2. 피해자를 치상한 때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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