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국극복 국민 역량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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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두환대통령의 8·21 하계기자회견은 남은 임기 6개월동안의 전환기에 생길수 있는 정치, 경제, 사회적 문제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면서 문제 극복을 위한 국민의 자발적 협조를 당부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회견내용중 우선 주목되는 것은 앞으로의 정치일정이나 개헌협상등 정치현안에 대해 자신의 견해 표명을 유보한채 초연한 입장에 서서「성실한 관리자」가 될 것을 다짐한 대목이다.
전대통령이『합의개헌 말로 다른 대안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한 것은 앞으로 우리가 가야할 길이 아무리 어렵고 험난하더라도 민주화를 향한 합의개헌과 공정한 선거를 통한 정통성이 강한 정부수립 이회의 다른 방안은 있을수 없다는 점을 한층 분명히 해두었다.
이제 우리의 길은 오직 외길이다. 그 점에 관한한 국민 여망과 전대통령의 견해는 일치하고 있다.
물론 민주화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는 숱한 고비와 시련이 가로 놓여 있다. 지금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는 노사분규도 따지고 보면 오랜 권위주의 시대에서 개방시대로 넘어가는데서 오는 전환기의 진통에 다름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눈앞에 닥친 어려움이 아무리 엄청난것이라 해도 슬기롭게 극복할수 있는 국민적 역량을 갖고 있다고 굳게 믿는다. 학생·근로자들을 비롯해서 국민의 전반적 수준이 적어도 80년과는 달리 성숙되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전대통령이『지금은 들뜬 분위기에 휩쓸리기보다 신중하게 선택해야할「사려의 시기」』라고 강조한 것은 시끄러운 과도기가 결국은 자제와 인내로 극복될수 있다는 국민 역량에 대한 신뢰의 표현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격한 좌경세력의 대두가 현실적으로 정국을 엉뚱한 방향으로 끌어갈수도 있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작용에는 반작용이 있듯이 극단적 세력의 등장은 또다른 시대 역행적인 유혹의 뿌리가 되고 구실을 줄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대통령의 회견내용이 전반적으로 부드러우면서도 좌경세력에 대해서만은 강력한 대응을 다짐하고『오해를 두려워해서 해야할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수 없다』고 말한 것은 임기안에 극단 좌경세력을 척결하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받아 들여진다.
최근 사회 일각에서는 9월초 대학개학과 더불어 노학연계에 의한 사회불안과 여기에 좌경세력이 편승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좌경세력은 그동안 쌓인 갖가지 부조리와 갈등을 틈타 세력기반을 넓혀온 것이므로 1차적으로 이들의 과격 주장이 먹혀들지 않도록 그 소지를 없애고 기정사실화된 국민들의 진보적 요구를 과감히 수용할수 있는 제반조치부터 강구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한다.
전환기의 갈등과 혼란은 궁극적으로 국민 역량에 의해 해결되는 것 이상 바람직한 방법은 없다. 지금의 고비가 어려울수록 성급한 행동보다는 자제와 절도가 요청된다는 점을 국민과 정부가 다같이 명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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