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밥같은 현미밥 '불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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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이상호(가운데) 소장이 시민단체인 '억울한 시민들의 모임'의 김홍규(왼쪽) 대표에게 '쌀밥 같은 현미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은 센터 소속 연구원.

경기도 연천농업기술센터 이상호(54) 소장은 당뇨병과 비만 환자 등에게 너무도 고마운 사람이다.

2003년 10월부터 쌀밥 만큼 부드럽고 차진 맛을 내는 획기적인 현미를 개발, 보급에 열심이기 때문이다.

이 쌀은 현미의 영양은 고스란히 유지하면서 일반 쌀밥보다 찰기가 뛰어나고 부드러워 먹기 좋은 것이 특징이다. 현미는 벼를 도정하는 과정에서 가장 겉부분의 왕겨만 벗겨내 쌀눈이 그대로 남아 있지만 표면이 거칠어 씹을 때 다소 부담이 되는 단점이 있다.

"처음 아이디어가 나온 것은 2002년 말 직원 회의 자리였어요. 지역에서 생산되는 쌀 가운데 현미로 개발했을 때 가장 맛이 좋은 쌀을 찾아 특산물로 활용해보자는 것이었죠."

기술센터 측은 관내에서 생산되는 20여 개 쌀 품종으로 현미를 만들어 시식을 거듭한 끝에 5개월 만인 2003년 초 기존 현미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찰지고 맛 좋은 품종을 찾아냈다.

같은 해 봄 한 농가의 참여를 이끌어낸 뒤 이 사업에 시범적으로 뛰어들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밥맛이 좋다는 소문이 순식간에 퍼지면서 전국에서 주문이 쇄도하는 바람에 물량을 댈 수 없는 지경에 놓이자 이듬해부터 본격 생산에 돌입했다. 현재 800여 명의 환자들이 평생고객으로 등록하고 이 지역 현미를 고정적으로 공급받고 있다. 이에 따라 센터 측은 생산량과 재배면적, 농가 수를 매년 두 배 이상 늘리고 있다.

2003년 4t(한 농가), 2004년 25t(다섯 농가), 2005년 50t(10 농가)으로 생산량이 급격히 늘었고 올해 목표 생산량은 100t(20 농가)이다.

지난해 10월에는 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친환경농산물 인증도 받았다. 이를 위해 지난해 초부터 제초제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농약 사용도 연중 한 번에 그칠 정도로 친환경 쌀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품질보증을 위해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생산이력제도 함께 시행하고 있다. 언제나 갓 수확한 듯한 신선한 현미를 공급하기 위해 영상 15도 이하가 유지되는 대형 저장고를 조성, 주문이 들어오는 즉시 도정해 소량 씩 택배로 보내주는 정성까지 쏟고 있다.

이 쌀은 지역 농민들에게 고소득을 안겨주는 효자 농산물로 자리잡고 있다. 1kg에 4000원으로 일반 쌀 가격의 두 배에 가깝지만 찹쌀 현미(7500원)의 절반 가량 밖에 되지 않아 수요가 끊이질 않는다. 이 소장은 "당뇨병 등 성인병 환자와 다이어트 중인 사람들은 물론이고 전 국민에게 건강을 안겨주고 쌀 값 하락으로 실의에 빠진 농민들에게도 희소식이 될 수 있는 이 쌀이 지역 내 전 농가로 확대 보급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의:031-833-3833)

연천=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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