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 베개 나도 한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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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 향응 파문으로 물러난 양길승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오원배 전 민주당 충북도지부 부지부장에게서 선물로 받은 '국화 베개(사진)'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6일 吳부지부장이 梁실장을 통해 이 베개를 노무현 대통령에게 선물하려 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이 베개를 사겠다는 주문이 폭주하고 있는 것이다.

이 베개 생산업자인 충북 청원군 낭성면 호정리 신완우(48)씨는 "평소 하루 서너 개 팔렸는데 6일에만 인터넷으로 7백개나 주문이 들어왔다"며 "장사가 잘돼 좋기는 하지만 씁쓸하다"고 말했다.

화훼단지에서 국화를 재배하는 신씨가 2000년 특허를 출원한 이 베개는 같은 마을 주민들과 함께 수공 제작하는 것으로 개당 판매가격은 4만~5만원 선이다.

베개 속에 들어가 있는 국화향이 숙면을 돕고, 고혈압.중풍 환자에게 특히 좋다는 소문이 돌면서 충청 지역에선 꽤 알려졌지만 전국적으로 유통되지는 않았다. 인터넷 쇼핑몰인 국화향베개(www.sweetsleep.co.kr) 등에서도 판매하지만 지난 한해의 판매량은 1천개 정도에 불과했다.

梁전실장이 선물로 받은 베개 9개 중 대통령 선물용 4개는 吳전부지부장이 신씨에게 사전 주문해 제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梁전실장이 선물받아 대통령 관저에 보관 중인 베개를 공개했다. 그러나 소문과 달리 봉황 무늬는 없었으며 일반적인 국화 베개였다.

청주=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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