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힘 예산으로 보일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한나라당이 투쟁방식을 바꿀 전망이다. 과거 정치공세 일변도의 대여투쟁에 변화가 있을 것 같다. 예산중심의 정책투쟁으로 방향을 잡았다. 최병렬(崔秉烈)대표는 6일 "앞으로 예산문제를 가지고 야당의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崔대표는 이날 경기지역 언론사 대표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법안이나 안건 등의 국회 처리는 여야 합의가 우선인 데다 야당이 발목을 잡는다는 여론도 있어 대여투쟁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예산을 가지고 야당의 힘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실업, 카드빚 문제 같은 피부에 와닿는 민생문제에 노무현 행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만큼 입법부의 책임을 진 다수당이 예산심의를 통해 야당의 뜻을 관철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5일 한나라당 e-메일 클럽과 사이버 당원들을 상대로 한 '네티즌께 드리는 최병렬의 편지(1)'의 주제를 '카드빚에 떠밀린 생명들'로 잡았다.

정권을 견제하는 야당에서 국정을 이끌어가는 '국회 내 여당'으로 전환한다는 '최병렬식 야당노선'이다. 지난 6월 26일 대표로 취임한 뒤 崔대표 진영 내부에서 모색된 복안이 선뵌 것이다.

崔대표의 예산투쟁 중심 노선은 선거판의 대세를 결정짓는 젊은 유권자의 성향을 면밀히 따져 나온 것이라고 한다. 그들은 정치권에서 불붙는 대형 이슈보다 경제적인 삶의 질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대표 취임 직후 민주당보다 앞섰던 한나라당 지지율이 최근 다시 떨어지고 있는 것도 이런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지고, 민주당의 분열이 겹치는 데도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급락한 것은 정치중심 대여투쟁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崔대표 측의 핵심 관계자는 "여권의 실패로 반사이익을 챙기는 전통적인 야당투쟁의 한계가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崔대표는 간담회에서 "한나라당이 서민의 아픔을 모르고, 통일반대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쇄신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정몽헌 회장의 상가를 다녀와서'라는 네티즌에게 띄우는 두번째 편지에서 "남북간 교류와 협력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수원=박승희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