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무방비…점검도 형식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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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울 공항동 화공약품 저장창고 폭발사건은 안전수칙 소홀과 근무태만으로 빚어진 참사였다.
고정 경비원을 배치하지 않았고 위험물 취급 주임이 있었으나 야간 근무를 하지않고 하역인부들만 근무한 것으로 조사결과 밝혀졌다.
특히 공항동401 일대에는 공항창고 외에도 강서창고·오성창고·보림창고 등5개의 화공약품창고가 20∼1백m 간격으로 밀집돼있어 평소 이 일대 주민들은 약품에서 나오는 유독가스와 폭발위험 등으로 그 동안 여러 차례 구청과 시청에 창고이전을 진정해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주민 이삼규씨 (32·회사원) 는 『올 봄 구청 측 관계자로부터 곧 이전하겠다는 말을 듣긴 했으나 그 후 아무소식이 없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또 『주택가에서 불과 50여m밖에 떨어지지 않은 굿에 휘발성이 강한 유독화공약품 저장창고를 허가해준 시당국의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 창고는 각각 전국의 화공약품 판매업자들이 경인지역에 약품을 팔기 위해 저장하는 곳으로 창고마다 수천 드럼씩의 약품을 저장하고 있으나 창고 건물없이 옥외에 야적해 늘 담뱃불 등으로 인한 화재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화공약품 또는 가스의 제조·보관·판매에 따른 사고를 막기 위해 정부는 무려 4백80여 개항에 이르는 안전시설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화공약품 또는 가스취급소의 80%정도가 법규가 강화되기 전에 만들어진 것이고 당국의 점검도 g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의 주요 가스·화공약품사고만 해도 86년12월 전남 여천군 럭키금성 메탄올공장에서 무수황산가스 탱크가 폭발해 종업원 1명이 사망하고 주민 2백20여명이 중경상을 입었으며 지난 3월에는 개포동 양재대노 공사장에서 다이너마이트가 폭발, 아파트 주민들이 놀라 대피하는 소동을 빚었다.
관계기관에 따르면 우리 나라에서 재해 대상업소로 지정된 가스 및 화공약품제조·보관업소는 큰 것만도 1천7백 여 개.
그러나 주택가 가까이까지 산재해있는 가스·화공약품 취급점까지 합친다면 그 수는 엄청나고 사고 위험 또한 항상 뒤따르고 있다.
매년 화학제품제조·보관과정에서 8천 여 명이 피해를 보고 5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되고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작년에 2백54개의 재해대상업소를 선정, 종합진단한 일이 있는데 이때 지적된 가장 큰 문제점이 정부주도의 규제위주 안전관리라는 점과 관계부처가 개별적으로 안전점검을 실시, 감독이 형식적이고 비체계적이라는 것이었다.
또 해당기업들이 산업안전에 대한 투자를 기피하고 안전관리에 관심도가 낮다는 점 등이 지적돼 앞으로 사고수습위주에서 사전예방체제로, 분야별 방재중심에서 종합방재체제로의 확립, 정부주도에서 민간자율적 관리체제로 바꿔야한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이러한 개선방향만 잡아 놓고 있을 뿐 현실적으로 곳곳에 흩어져 있는 재해대상업소들은 「방심」과 「무방비」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해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메탄율> 메틸알콜이라고도 하는 가장 간단한 구조의 알콜.
가연성이며 섭씨16도에서도 인화되는 강한 인화성을 갖고있다.
불씨가 있을 때 발화·폭발하는 것도 위험하지만 에틸알콜(술 성분)로 잘못 알고 마실 경우 두통·구토·복통 등과 함께 눈이 멀고 심하면 사망한다(치사량은30∼2백50g) <포르말린>메탄올을 산화시켜 물에 희석시킨 액체.
소독제· 살균제· 방부제·살충제 등으로 쓰이며 강한 인화성이나 가연성은 없으나 증기가 유독하고 그 자체로도 독성이 심해 극약으로 분류된다.

<솔벤트>가솔린보다 옥탄가가 높아 가연성·인화성이 강한 무색 투명한 액체. <김종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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