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V『한힌샘…』주시경역 박용수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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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고등학교 1년 때. 그도 남들처럼 「왜 사는가」라는 홍역성 의문을 심하게 앓았다.
그는 불면의 밤에 시달리다가 휴학을 해버린다.
『그때 음악을 만난 것은 인생에 흥미를 붙여보라는 친구의 권유 때문이었어요.』 MBC-TV 8·15특집극 『한힌샘 주시경』 (극본 지상학·연출 김승수)에서 주시경선생역을 맡은 박용수씨(31).
75년, 그는 서울대 음대에서 성악을 시작한다. 그러나 음악이 만병통치약인가. 그의 삶은 다시 삐거덕거린다.
『대학2년 때 서양의 오페라라는 것이 우리의 정서·언어 등과 너무 멀리 있다는 느낌을 씻을 수 없었죠. 그리고 그 내용이 과연 「지금 이곳」을 말해 주는가도 회의할 수밖에 없었고….』 다시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면서 그는 스스로를 무대위에 올린다. 서울대학교 총연극회→3·1로 창고극장→연우무대 →국립 극단→다시 연우무대. 이것이 그의 등뒤에 붙어있는 삶의 궤적이다.
『우리말이 상징하는 겨레의 정신 또는 생명력에 희열을 느꼈어요. 주시경선생에 대해서 사실 이번에 처음으로 깨우쳤다고나 할까요.』 『한힌샘 주시경』은 지난 2월부터 폭설이 쌓인 강원도 횡계 등을 전전하며 제작된 90분2부작. 현재도 암울한 상황에 놓여있는 우리말이 겪어온 고난의 역사를 통해 우리말과 민족의 생명력을 함께 표현하고자 한다.
그는 바람직한 문화형태로 대중문화를 강조한다.『소비문화가 아닌 더불어 함께 누리는 문화,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생산성있는 문화라는 의미에서 그렇습니다.』부산출신. 81년 졸업과 함께 같은 75학번으로 국악과를 나온 마수영씨(33)와 결혼, 현재 1남1녀의 아버지다. <박해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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