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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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은 세계의 지도국인가. 최근 미국 상하양원 합동경제위원회는 이런 질문에 스스로 고개를 갸우뚱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사상 최대의 빚을 짊어진 나라가 동시에 위대한 힘을 가진 나라로 남아 있는 경우는 없다.』
인류역사상 두개의 초강대국이었던 금세기의 영국과 16세기의 스페인은 채권국에서 채무국으로 전락하면서 세계 지도국의 지위도 함께 잃었다.
지금 미국의 대외 채무는 2천90억달러에 달한다. 발전도상국으로 최악의 빛더머 위에 올라있는 브라질 보다 무려 8백억달러나 더 많은 액수다.
영국은 20세기에 접어들면서 공업력이 쇠퇴하기 시작했다. 파운드화는 1931년 드디어 금본위제에서 이탈했다. 바로 미국이1971년 그랬다. 미국의 쇠퇴는 이때부터 시작된 셈이다.
세계 GNP (국민총생산)에서 미국의 비중은 60년대까지도 33.7%였다. 세계 모든 나라의 국민총생산을 합친 것의 3분의1을 미국 혼자서 생산한다면「세계경제의 기관차」라는 말을 들을 만도 하다.
그러나 미국의 GNP 비중은 70년대에 들어 30%로, 80년엔 다시 21%로 매년 10%씩 떨어졌다.
1인당 국민소득도 지난해의 경우 미국이 1만7천4백19달러, 일본이 1만6천1백86달러, 서독이 1만4천6백%달러였다.
일본의 엔화와 서독의 마르크화가 달러화에 비해 계속 평가절상된 금년의 경우 미국은 일본의 추월을 당할 것 같다.
그러나 미국의 GNP는 최근세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85년의 경우 3조9천억달러로 일본의 1조3천억달러보다 2배도 넘게 앞서 있다. 경제규모에선 미국을 앞서가는 나라가 아직은 없다.
공업력에 있어서도 미국의 경제는「강한 산업」,「약한 산업」으로 나뉘어져 있다. 컴퓨터, 텔리커뮤니케이션, 항공우주산업은 미국이 세계 최첨단의 위치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다만 농업, 자동차, 철강, 반도체분야에서 약세일 뿐이다.
만일 세계지도국의 지위를 미국대신 일본이 차지한다면 어떻게 될까. 신흥공업국들은 경제적으로 지금보다 더 고달플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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