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간잡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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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6면

방송가에서는 물론이고 일부 신문지상에서도 「주연급 배우」라는 말을 흔히 쓴다.
A·B·C·D라는 자연인인 배우가 있을때 A는 주연급배우고 여타는 조연급 배우라는 식이다.
배우에도 계급이 있다는 뜻인지…. 물론 드라머의 배역에는 주역도 있고 조역도 있고 엑스트러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배역상의 구분인데 인간 (배우) 에게 계급이 있는듯한 용어를 쓰다니…그 발상이 한심하고 위험하다.
그래 주연급 배우라고 우기는 사람들에게 내가 묻기를 『그러면 그대들은 주연급면허증은 가졌느냐, 있으면 좀보자』라고 따진 걱이 있다. 배우라면 누구도 주연을 맡을수 있고 또 조연도 맡을수있는것 아닌가. 인간은 평등하고 균등한 기회를 가질 권리가 있는데 굳이 「주연급 배우」라는 규정을 두는 것은 30년 가까운 우리네 특수한 정치문화의 영향인지….
물론 배우들 각기에게 인기의 차이는 있을수 있다. 그러나 양키즘적인 「스타」는 있을수 있어도 계급적인 구분은 절대로 용납할수 없다.
얼마전 방송국 탤런트들의 급수조정이 있었다. 6급부터 17급까지 무려 12개의 등급이 각 탤런트들에게 주어지는 것부터가 계급적인 제도로서 문제가 있는데, 그 기준이 「주연급」은 두개 세개씩 올려주고 「조연급」은 아무리 잘하고 열심히 했어도 하나밖에 안올려주는 것을 보았다.
작은 배역이나마 열심히 해내는 배우들을 격려한다는 배려는 전혀 안하는 강자 위주의 정책이 어찌 방송계에만 쓰여지랴만….
이즈음 봇물 터지듯 하는 노사문제도 마찬가지겠지만, 기득권이라도 가진듯이 구는「주연급 배우」들을 살찌우기 위해서 거의 기아선상에서 들러리를 서고 있는 「조연급 배우」들을 보는 일은 가슴 아프다.
그리고 인간은 평등하다는 의식 하나 제대로 못갖춘 한국에서, 아니 방송계에서 나는 오늘도 작가랍시고 글을 써먹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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