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김 위원장에 '정치 안정' 권유했다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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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선 최근 김정일 체제를 뒤엎자는 내용의 포스터가 붙는가 하면, 그의 초상화에 스프레이로 X자를 그어놓는 사건이 발생했다. 탈북 행렬은 꼬리를 물고, 장성택 세력 약화 이후의 권력 정비작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중국 접경지역의 보안서 무기고에 들어 있던 소총 200여 자루가 탈취되는 사건도 있었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정치 안정을 바란다"고 말한 것은 불안정한 북한 체제에 대한 충고로 보인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 말을 빼고 발표했다. 귀에 거슬렸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중국의 메시지는 분명해 보인다. 중국 외교당국의 신중한 언행과 좀체 상대방을 거스르지 않는 외교적인 수사 관행을 보면 더더욱 그렇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김 위원장을 극진히 대접하긴 했지만 양국 간엔 뚜렷한 의견 차이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 결과 북.중 관영 매체의 보도 내용 중 몇몇 부분의 내용 또는 어감이 달랐다. 신화통신은 "양국이 사회주의 건설과 조국통일을 위한 투쟁에 대해 상호 지지와 연대성을 표현했다"는 중앙통신 보도를 빠뜨렸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조.중 친선은 불패"라고 말했다는 부분도 없다. 북한이 강조하고 싶었던 6자회담에서의 '난관' 문제도 신화통신은 간략하게 처리했다. '정치 안정'을 언급한 대목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북.중의 지도자들이 총론에서 의기투합하는 듯 보였으나 정치.경제 등 각론에서는 은연중 이견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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