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치안으로 눈 돌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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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학가 시위사태에 가려 뜸한듯 보였던 주택가 강력사건이 요즘들어 부쩍 성행하고 있다.
며칠전에는 서울 방배동 주택가에 칼을 든 3인조 강도가 들어 집을 지키던 주부가 겁에 질려 3층에서 뛰어내리다 숨진데 이어 엊그제는 서울 신사동에 5인조 강도가 귀금속은 물론 예금통장에 든 돈까지 털어갔다. 또 얼마전 서울 회기동에서는 3인조 복면강도가 보름사이에 똑같은 집을 두번씩이나 털어 달아나기도 했다.
모두가 대낮을 이용, 범행이 하나같이 대담 무쌍했다. 서울 신사동 5인조 강도는 예금통장의 비밀번호까지를 알아내 가족들을 인질로 은행에서 예금 전액을 유유히 찾아가는 여유마저 보였다.
이같은 예는 피해 규모와 범행의 정도가 조금씩 다를뿐 일일이 열거하자면 한정이 없을듯 하다.
경찰이 6·29선언후 치안의 방향을 시국치안에서 사회치안으로 전환하겠다며 시위진압에 동원되었던 경찰력을 일선 지·파출소에 대거 배치한바 있다.
이 때문에 서울시경 관할지역에서만도 강력사건이 크게 줄어든것으로 나타났다. 강도사건만해도 7월 한달동안 2백1건이 발생했으나 6월보다는 24.4%가 줄어든 셈이고 강도 검거건수는 2백71건으로 한달전보다 무려 37.4%나 늘어났다.
이처렴 강도 발생빈도나 검거율등이 크게 향상되었다고 하는데도 하루가 멀다하고 사건이 다발하고 있는 것은 여간 우려할 일이 아닌것 같다.
데모가 한창일때는 경찰이 변명의 여지가 있었고, 국민들도 그런대로 이해의 여지가 없지 않았다. 시국이 정상화 되었는데도 살벌한 분위기가 여전히 계속되고 마음을 놓을수 없는 것은 치안상의 문제가 아닐수 없다.
치안의 최대과제는 두말할것도 없이 범죄로부터 사회를 보호하는 일이다.
국민이 마음놓고 생산활동과 생업에 종사할수 있도록 쾌적한 환경을 조성해주고 행복한 삶을 영위케하는게 치안의 목적이다.
치안서비스를 제대로 못해 치안상태가 극도로 어지럽다면 국민에게 담보해야할 삶의 조건과 질의 향상은 보장될수 없는 것이다.
경찰은 그동안 땅에 떨어진 국민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기위해 고질이던 인권침해적 수사관행을 개선하는등 갖가지 실천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신뢰 구축은 수사체질의 개선에만 족하지않고 범죄진압에 보다 더 역점을 두어야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치안체제의 과감한 개혁이 단행되어야 한다. 우선 보다 많은 경찰인력을 예방경찰에 집중 배치하고 시국정보와 시위진압에 치중했던 경찰력과 예산, 장비들을 범죄소탕과 예방에 전환하는 치안시책의 혁신과 정책의 개발이 선행되어야 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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