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중보다 대화로 설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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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우리사회의 관심이 온통 「민주화」 에 쏠려있는 요즘 과연 우리는 민주시민답게 생활하며 자녀들 또한 민주적으로 교육하고 있을까. 부모가 하는 일이 자기생각과 달라도 자녀들이 솔직하게 의견을 낼수 없고, 매사에 자녀들의 개성과 취미는 별로 고려하지 않고 부모마음대로 결정하지는 않는지등 가정에서의 비민주적 요소들을 생각해볼때다.
자녀에게 자유·책임·평등·질서등의 가치를 존중하는 생활태도와 사고방식을 길러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면서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고 김재은교수 (이대) 는 말한다.
그는 특히 잘못을 저질렀을 때의 매질이나 꾸지람은 가장 권위적·강압적인 가정교육의 예라며 『대뜸 고함치며 화부터내지 말고 참을성있게 합리적으로 차근차근 설명또는 설득할수 있어야 된다』 는 것이다.
이와함께 용돈은 노력의 댓가로 적절히 주거나 자기 물건은 스스로 챙기고 집안일을 적당히 나눠 맡기는 등으로 자유와 권리에는 항상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는 것을 깨닫게해야한다고. 또 민주적가정교육에 상당히 신경쓰는 부모들도 자칫 차례나 교통질서 지키기, 올바른 쓰레기처리 등의 민주시민 교육에는 무심하기 쉽다고 지적한다.
서봉연교수(서울대) 는 부모들의 『안돼』 『…해라』 등 일방적 금지나 명령조의 말투부터 고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수에 대한 걱정, 시행착오 끝에 스스로 깨닫기까지 기다리지 못하는 성급함등은 부모를 든든한 후원자나 의논상대가 아닌 통제자·지시자로 만든다는 서교수는 『수직적 관계로만 자란 어린이는 자신의 생각을 활발히 표현하기 보다 침묵을 지키고, 솔선수범하기보다 그저 남의 뜻에만 따르기 십상』 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자녀의 입장에서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한데, 이것은 자칫 과잉보호내지 자녀의 요구를 다 들어줘야 하는 것으로 오해되어 무절제하고 고집만 부리는 「매우 비민주적」 태도를 길러줄수도 있다고 경계한다.
어린이대상의 민주시민교육을 실시해온 서울YMCA 임광진부장은 『어린이회의에서도 자기와 다른 의견이 나오면 몹시 기분 나빠하는등 다양한 의견을 인정하지 못하는 어린이가 적지 않다』 고 말한다.
이는 일찍부터 부모나 자녀가 자신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앞세고 자유로운 대화를 통해 보다 나은 방법을 모색하는 습관을 기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것.
민주적인 태도를 기르려면 일상생활 속에서의 충분한 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게 한결같은 이야기다.
이원령교수(중앙대) 는 『굳이 가족회의를 열지 않더라도 매사에 가족끼리 서로 알리고 의논하는 분위기가 중요하다』며 『항상자녀의 이야기에 성의있게 귀기울이면서 보다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대화를유도할것』 을 강조한다.
그러나 자녀들이 나름의 생각을 털어놓는 과정에서 버릇없는 말대꾸나 반항적인 태도가 아니라 예의바르면서도 확실한 의사표시를 할수 있도록 지도하는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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