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재,노사분규-원자재난 부채질|섬유등서 전업종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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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그렇지 않아도 공급이 달려 애를 먹던 원자재 수급에 잇단 수재와 최근 노사분규로 생산차질을 빚어 원자재난이 심화되고 있다.노사분규에 의한 일부업체의 생산중단은 원자재난을 가중시킬 뿐 아니라 수출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원자재난은 석유화학·섬유류·철강재분야에 특히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지난해 3저호황을 타고
섬유·전자 등 일부업종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원자재부족현상은 1년여가 지난 지금에 와서는 거의 모든 업종으로 확대,심화되는 형편.공급부족에 따른 가수요와 이에 편승한 일부 중간상들의 농간마저 겹쳐 면사·아크릴방적사·나일론사등 원사류와
에틸렌·프로필렌 등 일부 석유화학 원자재는 웃돈을 주지 않고는 구경하기도 어려운 실정이고,게다가 원면·원모·폴리에틸렌 등의 국제시세가 큰폭으로 계속 오르고있다.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t당 3백93달러였던 VCM의 수입가격이 6개월새 5백80달러로 47.6%나 올랐고,원모는 41%,펄프는 36%,프로필렌 33.6%,저밀도 폴리에틸렌과 고밀도 폴리에틸렌은 32.3%와 28.8%가 각각 올랐다.특히 여름철 성수품인 빙과류의 포장지 제조원료로 쓰이는 폴리에틸렌의 경우 국산품이 수입품보다 t당 2백70달러나 쌌지만 물량자체가 워낙 부족해 실제로는 정상가격보다 훨씬 높은 시세로 암거래되고 있다는 것.이는 석유화학 기초원자재인 에틸렌이 심각한 공급부족을 빚고있기 때문인데 국내 에틸렌 생산능력은 연간 53만t으로 수요량에 비해 18만t정도가 부족한실정.이에따라 에틸렌을 원료로 폴리에틸렌을 생산하는 업체의 공장가동이 일부 중단 됐고,또 폴리에틸렌을 원료로 플래스틱이나 필름류를 생산하는 업체들도 잇달아조업에 차질을 빚는 등 연쇄적 가동 장애현상이 나타나고 있다.설상가상으로 이번 집중호우로 물난리를 겪은 서울변두리·부평·안양·성남등의 저지대에 위치한 일부섬유·봉제완구 업체들의 경우 어렵사리 구해둔 원사나 원단 등이 물에 잠기는 바람에 납기를 못 지키는 것은 물론 심한 경우 아예 수출을 포기해야 할판.전기·전자제품의 수출호조로 코일류·축전기·수정진동자·기계식 튜너·데크메커니즘·PCB(인쇄회로기판)·IC류·로드안테나등 2O여가지 전자부품이 1년째 공급부족이 계속되는 상태이고 미국산 원피의 생산감소,중간상등의 가격장난으로 신발용 가죽도 물량부족과 함께 대폭적인 가격상승을 보이고 있다.미국산 신발용 우피는 작년12월의 평방피트당 1달러60센트선에서 최근에는 1달러90센트선으로 올랐지만 생산량 자체가 워낙줄어 수입에 큰 곤란을 겪고있다.뿐만 아니라 공작기계 제작용 중후판과 부품제조용알루미늄괴도 심각한 부족사태를 빚고있는데 중후판의 경우 올1년 동안 2백56만t은있어야하나 공급능력은 2백14만t에 불과하다고.그위에 주요 공급선인 일본이 수요증대에 편승,t당 가격을 지난연말의 2백71달러선에서 최근에는 3백30달러선으로 대폭올리는 바람에 수입도 사실상 어려운 형편이다.<배명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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