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전·단수에 가스마저 끊겨 고층아파트 "물난리 3중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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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밥 짓고 마실 물도 없다. 전기가 끊겨 칠흑같은 어둠속에 엘리베이터마저 움직이지 않아 어린이·노약자들이 10∼15층까지 걸어서 오르내린다.
삼복 무더위속에 선풍기·냉장고는 「빛 좋은 개살구」로 짜증만 더하고 있다.
빨래도 제대로 할수 없고 수세식 화장실마저 기능을 잃어 아파트주민들이 수용소 수재민보다 더 심한 불편을 겪고 있다.
서울·경기지역 22개 아파트단지 2만4천8백72가구 12만3천여 주민들이 7·27 물난리때 아파트 단지안 지하변전실 침수로 전원이 끊겨 이같은 불편을 겪고 있으며 서울 반포·서초동·영등포 10개 아파트단지와 경기부천등 11개 아파트단지 1만6백4가구 5만3천여 주민들은 연3일째 곤욕을 치르고 있다.
특히 반포·서초 아파트단지의 침수는 27일 새벽 폭우에 반포유수지에서 4백50∼6백 마력짜리 펌프 9대를 풀가동했지만 펌프배수량이 유입량을 당해내지 못해 이들 아파트 지하변전실에 흙탕물이 밀려들었기 때문이며 서울시와 한전측이 전기공급만 끊어놓고 늑장복구로 주민들의 불편을 더하고 있다.
◇주민불편=27일 상오4시30분쯤 아파트지하 변전실에 깊이 4m까지 물이 차 전기가 끊긴 서울 문래동5가 진주아파트는 27일 하오2시부터 소방차 2대가 동원돼 계속 물을 퍼내고 있으나 29일 상오까지 깊이 1m정도의 물이 차 있는 실정. 이 아파트 1백60가구 8백여 주민들은 1동 지하에 있는 급수탱크의 물을 양동이로 1∼10층까지 길어다 우선 식수만 해결하고 있다.
주민 한정동씨(42·2동106호)는 『무더운 날씨에 빨래·목욕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데다 냉장고·선풍기등 가전제품도 일체 쓸수 없어 불편하기 싹이 없다』며 『무엇보다도 화장실 사용이 어려워 고통스럽다』고 항의했다. 서울 반포 한신2지구 아파트에서도 주민 1만6천여명이 똑같은 불편을 겪고 있다.
이 아파트 105동 관리인 오윤근씨(51)는 『부근 한신4지구아파트에서 식수만 간신히 공급받고 있는데 105동에서만도 10여가구가 친척집으로 피난을 갔다』고 말했다.
◇늑장복구=지하실에 찬물을 대부분 소방차 2∼3대로 퍼내고 있는 데다 기계설비 확인점검 때문에 완전한 시설을 갖추려면 1주일정도 걸린다.
서울반포동 우성아파트는 수도·전기공급 중단외에도 전화까지 불통상태. 도시가스도 27일 상오 6시30분부터 나오지 않다가 28일 새벽에야 공급되기 시작했다.
이상우씨(50·103동807호)는 『8층까지 걸어서 다니자니 다리가 아플정도다. 무더위에 선풍기도 쓸 수 없어 퇴근길에 부채를 사왔다』며 하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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