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차례 재난의 교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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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는 요즘 세차례에 걸친 큰재난을 당했다.인명손실만도 서울 지역의90여명을 포함,이미 5백명을 넘어섰고 재산 피해는 어림할 수도 없다.충남 수해지역과 태풍 피해지역에 나갈 정부의 긴급 지원비만 4천억원에 이르고 있어 실지로 본피해가 얼마만큼 될건가는 짐작할수도 없다.그동안 피땀 흘려 애써쌓았던 재산도 재산이지만 졸지에 혈육을 잃고 비통과 실의에 빠져있을 피해 가족들의 불행과 비극은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수 없다.
우리는 이 비참한 현실앞에서무언가 새로운 각오와 결의를 해야 하리라고 생각한다.우선 이번 재난이 비록 자연이 몰고온 재앙이었다고 하지만 인재에 의한 요소가 없었던가도 헤아려 보아야하고 준엄한 자기 반성과 질책이 뒤따라야 한다.
사실 세번에 걸친 재해에서 인재형 재난이 너무도 많았다.잘못짚은 기상대 예보가그러했고 방심한 행정,늑장 행정의 예는 어디서고 볼수 있었다.충남지역만 해도수문관리 하나 제대로 하지않아 막을수도 있었던 침수와 매몰로 인한 인명피해도 적지않게 나타났다.
기동성과 일사불란을 자랑해 오던 서울시의 경우도 3년전 수해때 배수관리 잘못으로 집단 행정소송을 당했던 바로 망원동 배수펌프장이 또다시 가동하지 않았다.침수지역 주민들이 숙직실에서 잠자던「비상근무중」인 직원들을 깨우고 밧줄을 타고 물속깊이 뛰어들어 가까스로 위기를모면했다.물샐틈 없어야할 행정이 이 모양이었다. 다음으로는 정부정책의 방향전환과 투자 우선순위에 대한 재검토가 뒤따라야 한다다시말해 국토의 균형개발과 보존,효율적 이용과 삶의 기회와 조건을 향상시키는데 우선을 두는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누누이 지적하지만 지금까지의 행정은 겉치레와 전시위주에 지나치게 흘러왔다.국토보존의 기초가 되고 도시의 토대가 되는 사회 간접투자부문이 투자 우선순위에서 항상뒤로 처지고 선심과 생색이 나고,웃사람에게 점수 따는 부문에 과잉,집중 투자됐다.그뿐 아니라 무슨 국제행사다,스포츠 잔치다,하며 돈을 물쓰듯하며 외국인에 대한 지나친 환대로「국제사회의 봉」이라는 달갑잖은 별칭까지 듣지 않았던가.
전국 하천의 절반이 제방이 없어 상습피해가 되풀이 되는데도 정부 투자예산이 웬만한 고층 건물한채값도 배정하지 않았다는 것은 정책의 빈곤이 아닌 부재라해도과언이 아니다.발등에 불이 떨어져야만 허겁지겁 수습에 나서고 천문학적 특별예산이 집행되는파행적 행정이 거듭되어 왔다.
이번 충남과 셀마 피해지역에 배정한 4천억원을 사전에 투자했었던들 피해상황은 사뭇 달랐을것이다.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행정은 더이상 용납될수 없다.재해복구에추가예산이 얼마가 더 투입될지 몰라도 임시 미봉책의 복구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더 더구나 지원자금 배정에 유력자의 입김이 작용하고 이른바 정치가 개입되어서도안된다.복구가 비록 늦어지고 엄청난 투자 재원을 필요로 하더라도 어떠한 재난에도견딜 수 있고 불행을 최소화하는 항구적인 복원과 복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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