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홍수 천재만은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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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금강유역 대홍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인력으로는 어쩔수 없는 천재였다고는 하지만 기상대의 정확한 사전예보와 이강유역의 제방·배수시설을 제대로 관리했더라면 피해를 줄일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천재에 인재가 겹친 셈.
특히 이 금강하구에 건설중인 하구언 배수갑문공사를 위해 설치한 물막이가 강물의 흐름을 막아 수해의 큰 원인이 되었다는것이 수리전문가들의 지적.
물막이는 콘크리트로 배수갑문을 만들면서 공사장에 강물이 흘러들지 못하게 사각형으로에워싸 설치한 것인데 철판으로 폭4백m, 높이 6.5m, 길이 7백14m규모.
이 때문에 이곳에서 강폭이 1천6백5m에서 9백91m로 좁아져 물의 정상적인 흐름을 방해,수위가 높아져 상류의 물흐름속도에 영향을 주는 바람에 범람을 가속시켰다는것.
갑문공사는 하구언공사착공 당시인 83년12월5일부터 시작, 현재 공정은 90%.
또 금강은 대청댐에서 하구까지 지천이 10여개나 되는데다 하상이 높고 강폭이 넓었다 좁아졌다해 장마철이면 지천이 합류하는 백마강이 자주 범람하는 상습침수지역이었던 데다가 부여읍의 지반이 해발 5∼6m로 다른 도시에 비해 2∼3m씩 낮은것도 침수의 원인이 됐었다.
평소 집중호우에 대비, 하상을 준설하거나 제방을 튼튼히 쌓는 등의 하천 관리를 소홀히 해왔고 제방높이보다 낮은 도로들이 제방중간중간에 나있는데도 홍수에 대비, 차단시키는 시설을 해두지 않아 이들 도로를 통해 금강물이 범람, 피해가 더 커졌다.
현재 금강의 제방은 국토관리청 논산사업소에서 맡고 있으나 예산부족등을 이유로 제방관리를 소홀히 해왔고 부여군농지개량조합도 저수지와 소류지등 농지관계시설의 관리만 맡고 있다는 이유로 제방개수를 원하는 주민들의 요구를 못들은체 해왔다고 주민들이 지적.
수해를 당한 군수리의 주민들은 『그동안 장마때마다 제방을 높이고 튼튼히 해달라고 군청에 요구해 왔으나 군청에서는 국토관리청에 책임을 미룬채 제대로 하천관리를 해오지 않아 이번 같은 큰 피해가 발생했다』며 항의했다.
○…부여읍의 배수시설도 문제.
부여에는 농경지의 침수를 막기 위한 배수펌프시설이 5∼6군데 있으나 이번 같은 폭우에는 강물이 역류, 속수무책이었고 그나마 읍내에는 배수펌프시설이 한군데도 없어 강물이 역류하기 시작하면 꼼짝없이 침수될 수밖에 없었다.
부여군청의 하천관계자들은 『배수펌프시설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도청에 건의했으나 예산부족으로 제대로 시설을 갖출수 없었다』며 『이번 수해를 계기로 기본적인 수방시설을 제대로 갖춰야한다』고 지적.
○…서천군도 배수갑문 관리 잘못으로 내수가 빠져나가지 못해 더 큰 수해를 부른 것으로 밝혀졌다.
서천군 주민들에 따르면 서천군내 전체 농경지 1만1천7백55㏊중 26%에 달하는 문산면신농리, 시초면봉선리, 서천읍삼산리, 기산면원길리일대 논 3천1백㏊의 농업용수로 역할을 하는 길산천 하류에는 가로4m, 높이4.8m크기의 갑문8개 (전체폭32m)가 설치돼 있는데 1백35㎜의 강우량을 보인 지난22일 상오3시까지 농지개량조합측은 갑문 2개만 높이 3m가량씩 열어놓았다가 2백71.4㎜의 강우량을 기록한 이날 상오6시쯤 길산천 수위가 4m가량을 육박하자 서둘러 나머지 6개의 갑문을 모두 열려했으나 제1, 제8호 갑문 2개의 기어가 겉돌고 볼트가 마모돼 열지 못하고 작업을 중단한채 철수했다는것.
이 때문에 3천1백㏊의 논에서 배수로인 길산천으로 흘러내리는 물이 제대로 빠지지 못해 농경지의 침수를 가속화 시켰다는것.
서천 농조측은 23일 상오 9시쯤 비가 그치자 직원2명이 현지에 가 닫혀있던 1호 및 8호갑문 2개를 다시 열려했으나 1호갑문만 겨우열렸을뿐 8호갑문은 열림장치축이 부러지는 바람에 그나마 열지못해 서천읍 삼산리 1·2구 두왕리 일대등 침수된 농경지의 물이 제대로 빠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천농지 개랑조합 관계자는 『1호 및 8호 갑문을 열경우 갑문밖에 축조된 석축등 구조물이 길산천에서 밀어닥치는 수압에 붕괴될것이 우려돼 갑문을 제때 열지 못했다』고 말했다.
고장난 배수갑문은 30여년전인 지난50년 후반에 만들어진 이후 예산이 없어 시설개선을 충분히 못했다.
○…논산읍 중심가인 화지동중앙시장일대 3천여평이 23일 상오부터 읍내의 물을 금강으로 퍼내는 배수펌프의 고장으로 배수가 안돼 침수, 시장안 4백여개의 점포가 물에 잠겨 상인들이 가재도구와 상품등을 들고 대피했다.
미처 물건을 꺼내지 못한 일부 상인들은 23일 밤늦게까지 고무튜브등으로 뗏목을 만들어 가전제품등을 실어 날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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