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쏙] 체험학습 준비한 만큼 거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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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함평군 나비 생태관에서 어린이들이 나비의 생태를 체험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이맘때면 박물관과 미술관 등이 초등학생들로 북적인다. 학교에서 방학 숙제로 내준 체험학습 보고서를 써가려는 학생들 때문이다.

하지만 전시장에 가서 수박 겉핥기 식으로 쓱 봐서는 내용이 머릿속에 남지 않는다. 또 막상 보고서를 쓰려고 하면 뭘 어떻게 써야 할 지 막막하기도 하다. 체험학습의 교육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부모가 어떻게 지도하는 게 좋을지, 보고서는 어떤 방식으로 쓰면 될지에 대해 초등학교 교사의 도움말을 들어봤다.

◆ 인터넷 홈페이지 검색은 필수=어디로 갈지를 정하는 것도 학습의 일환이다. 학교에서 준 방학계획서 등을 참고해 부모가 여러 장소를 골라 제시하고, 최종 결정은 아이가 하게 하자.

인터넷이나 백과사전 등을 이용한 사전 학습은 필수다.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이다. 박현숙(서울 왕북초) 교사는 "현장학습을 가서는 부모가 일일이 설명할 시간이 없다"며 "가기 전에 아이와 함께 공부하고, 가서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보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특히 가려는 곳의 홈페이지는 반드시 챙겨 본다. 전시장 중 집중적으로 볼 곳을 미리 정해두는 게 좋다. 뛰어다니지 않기, 큰 소리로 떠들지 않기 등 기본 예절도 당부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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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학습을 가서는 메모를 자제하자. 푯말에 있는 설명을 노트에 열심히 받아적는 건 좋지 않은 관람 태도다. 중요한 내용과 궁금한 점만 간략히 기록해 두면 된다.

부모들은 아이가 그곳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과제를 내주는 게 좋다. 예를 들어 ▶학습장에 근무하는 사람에게 질문하기 ▶문화재 이름 열 가지 외우기 ▶디지털 카메라나 캠코더로 촬영하기 등이다. 최명숙(서울 신곡초) 교사는 "전시물뿐 아니라 학습장의 사람들이나 거리의 모습 등을 찍어놓으면 기억에 더 오래 남는다"며 "어른이 떠먹여 주는 게 아니라, 직접 대화하고 부딪쳐 봐야 체험학습의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 편지.일기.그림 등 다양한 보고서=보고서의 양식이 특별히 정해진 건 아니다. 일반적으로 체험학습 보고서는 육하원칙(언제.어디서.누가.무엇을.어떻게.왜)에 따라 기본 내용을 작성한 뒤 느낀 점과 새롭게 알게 된 내용, 더 알고 싶은 점 등을 덧붙이면 된다. 여기에 사진이나 입장권, 팸플릿 등을 첨부한다. 하지만 형식에 얽매인 보고서를 쓰게 하면 아이들은 쉽게 지친다. 따라서 느낌을 자유롭게 나타낼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보자.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이나 친구들, 또는 선생님에게 편지글을 쓸 수도 있다. 글쓰기를 싫어한다면 그림으로 그리는 것도 좋다. 또는 체험한 장소를 순서대로 나열한 뒤 장소별로 간단한 설명을 붙일 수도 있다. 들은 내용, 본 내용, 느낀 내용을 마인드 맵으로 표현하는 것도 방법이다. 신문 형식으로도 만들 수 있다.

최 교사는 "체험학습 보고서를 작성할 때 부모는 도와주지 않는 것이 좋다"며 "다만 아이가 보고서 작성을 너무 어려워하면 사진 붙이기나 그림 그리기, 생각나는 물건.모습 써보기 등으로 바꿔 하도록 지도하면 된다"고 조언한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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