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길<경제부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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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치의 계절을 할퀴는 태풍은 그 위력이 더 대단한가보다.
셀마의 상흔이 과도기의 「누수」에서 비롯된 인재에 가깝다고 보는 판단부터가 따지고 보면 그 한구석에는 셀마의 피해를 키워놓은(?) 정치의 계절을 은연중 탓하는 원망이 깃들여 있을게다.
그러나 셀마의 위력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바로 그같은 원망을 제대로 읽었기 때문이겠으나 피해 복구에 임하는 정부의 태도부터가 과거의 무수한 A급 태풍때와는 사뭇 다른 것이다.
태풍 일과후 단 나흘만에 유례없이 과감한 종합대책을 내놓은 행정절차의 신속 무비함도 그렇고, 이례적으로 6개부처 장관이 한데 모여앉아 「태풍기자회견」을 가진 것도 그렇다.
전에는 볼수없었던 그같은 일들이 책임을 의식해서였건, 정치의 계절을 탔기 때문이건, 어쨌든 정부로서는 잘하는 일이고 또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과거에는 볼수 없었던 다음과 같은 일들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우선 그야말로 눈덩이를 연상케하듯 중간 집계때마다 몇백억원씩 불어나던 태풍 피해액부터 곰곰 따져볼 것이 있다.
재산피해가 얼마냐 하는 것이 보는사람에 따라 워낙 크게 차이가 나게 마련이니만큼 이제야말로 민의 피해가 「제값」대로 치이기 시작했다고 생각할수도 있다.
그러나 그 한구석에서는 일부 지방행정기관이 셀마가 오기 훨씬 전에 부서진 다리 따위를 이번 기회에 함께 포함시켜 집계, 보고하는 일이 있었고 이때문에 내무부는 뒤늦게 그같은 덮어씌우기를 하지 말라는 지시까지 내렸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피해 보상 액수를 문제 삼자는 것이 아니라 꼭 이번 같은 일이 있고 지금 같은 때가 되어야 민심 수습 차원의 위로조 「선심」이 나오고, 또 그틈을 타는 또다른 「누수」가 있음을 그저 보아넘기지 말자는 것이다.
6개부처장관의 합동기자회견을 보며 마치 태풍과 정치바람이 한데 섞여 남겨놓은 혼돈을 보는 듯한 생각마저 든 것은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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