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특검, 삼성 최지성·장충기 오늘 소환…이중근·이형희·장선욱은 출국금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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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성 부회장(左), 장충기 사장(右)

최지성 부회장(左), 장충기 사장(右)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 입증을 위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대기업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미래전략실, 정유라 지원 개입 의혹
“참고인이지만 피의자로 바뀔 수도”
박 대통령 뇌물 혐의 관련 수사
삼성 외 다른 기업들로도 확대

이규철 특검보는 8일 “최지성 부회장과 장충기 사장 등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관계자들에게 9일 특검에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참고인이지만 조사 과정에서 (피의자로) 신분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최 부회장 등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수뇌부는 삼성전자가 정유라씨의 승마 훈련과 장시호(38·구속 기소)씨가 운영했던 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지원하는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특검팀은 이들을 상대로 최순실(61·구속 기소)씨 측에 대한 삼성전자의 두 가지 자금 지원이 2015년 7월과 지난해 2월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49) 부회장의 독대 이후에 집중된 경위를 추궁할 계획이다.

특검팀이 최근 이중근(76) 부영그룹 회장과 이형희(55) SK브로드밴드 사장, 장선욱(59) 롯데면세점 대표이사 등 삼성그룹이 아닌 다른 대기업 고위급 인사들에 대해 추가로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사실도 확인됐다. 수사 초반 삼성에 집중됐던 박 대통령의 뇌물 혐의와 관련된 수사를 최씨가 추진했던 사업을 지원했거나 약속했던 다른 대기업들로 확대한다는 의미다. 특검팀이 출국금지한 기업인에는 이재용 부회장과 최 부회장 등 삼성그룹 인사 8명, 최태원(57) 회장 등 SK그룹 3명, 신동빈(62) 회장 등 롯데그룹 2명이 포함돼 있다. 특검팀 관계자는 “다른 기업들에 대한 수사 준비도 끝난 상태다. 소환 조사를 동시다발적으로 할지는 아직 미정”이라고 말했다.

기업 총수들이 출국금지된 기업은 모두 미르·K스포츠재단의 자본금 출연 외에 추가로 청와대로부터 K스포츠재단 사업을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회사들이다. 이중근 부영 회장은 지난해 2월 26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나 나눈 대화가 담긴 K스포츠재단의 회의록이 공개돼 특검의 수사선상에 올랐다. 이 회의록에는 “하남 체육센터 건립과 운영 지원을 부탁한다. 대략 70억~80억원 정도 될 것 같다”는 안 전 수석의 요청에 “최선을 다해 돕겠다. 다만 저희가 부당한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이 부분을 도와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답한 내용이 담겨 있다.

롯데그룹은 “한류 스포츠 선수 체육센터를 짓는 데 후원해 달라”는 K스포츠재단 측의 요청에 따라 70억원을 지원했다. 이 돈은 모두 돌려받았지만 롯데그룹 비리를 수사 중이던 서울중앙지검이 롯데그룹에 대한 대규모 압수수색에 돌입(지난해 6월 10일)하기 전 날에 “후원금을 반환하겠다”는 재단 측의 공문을 받았다는 점 때문에 오히려 의혹이 커졌다.

SK그룹은 지난해 2월 최태원 회장이 박 대통령과 독대한 자리에서 ‘K스포츠재단에 대한 80억원 추가 지원’을 약속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현식(64)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월 29일 SK를 찾아가 80억원 투자 유치를 설명했다”고 말하면서 의혹이 불거졌다.

최씨 측이 돈을 받아 쓴 흔적이 드러나지 않은 이들 기업이 특검의 수사를 피할 수 없게 된 건 뇌물죄의 성격 때문이다. 다른 금품수수 범죄와 달리 뇌물죄에서는 금품을 달라고 요구했거나 주기로 약속한 것만으로도 실제로 주고받은 경우와 다름없이 처벌된다. 돈을 줬다가 돌려받아도 마찬가지다.

임장혁·송승환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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