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의 신호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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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근들어 과천정부종합청사에는 흰띠를 머리나 어깨에 두른 민원데모들이 자주 눈에 띈다. 이달들어 대전·대덕·안산지역등 4개팀이 잇따라 원정데모를 벌였다. 민원내용은 달라도 하나같이 관계장관을 직접 만나 담판을 짓겠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케이스는 지난1일 대전둔산지구(신행정도시건설지구) 주민들의 짐단시위.
「SOS 사유재산권보호」라는 띠를 두르고 대형 플래카드를 준비한 3백만여명은 수용대상 토지의 보상가격을 현싯가로 올려주고 보상금 지급은 일시불로 해줄것을 요구하며 면회실 앞에서 연좌데모를 벌였다.
현장에는 이지역 출신 여야 국회의원들까지 출현했다. 결국 저녁 8시에 건설부장관과의 직접 면담이 이뤄졌다. 1시간30분에 걸친 이날의 대토론은 마치 직접민주주의(?) 현장을 연상케 했다.
요컨대 주민들의 요구는 공영개발방식을 취소하고 「개발 이익」이 자기네들에게 돌아올수 있는 구획정리방식으로 전면수정하라는 것이었다. 여러군데 약점을 아프게 찔렸으면서도 정부쪽 입장도 만만치않았다. 이들이 주장하는 「개발이익」이라는게 「기성이익」이 아니냐는 것이 기본입장이었다.
주민 대표들과 다시 협의하자는 선에서 이날의 대토론회가 끝나려는 순간 이 지역구 야당 국회의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여러분들의 요구는 모두 옳고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합니다. 따라서 정부로 하여금 외채를 들여오게 하거나 토지채권을 대량으로 찍게 해서라도 여러분의 요구가 관철되도록 끝까지 투쟁하겠습니다.』이말을 지켜본 젊은 관리들의 반응은 착잡해보였다.
한 관리는 『정부쪽에서 먼저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할 일이지만 사사건건 장관을 상대로 담판짓겠다는 풍조 역시 문제』라며 『진짜 민주화를 위해선 표만 의식하고 목청을높이는 정치인들도 깊이 반성해야할것』이라고 씁쑬한듯 입맛을 다셨다.이장규<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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