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자율, 대학의 양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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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학 운영을 대학 자체에 맡기자는 학원자율화 방안이 민정당과 정부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그동안 제기된 문제들은 △학사운영·학칙 제정권의 대학 일임 △교수회의의 의결기관화 △교수 재임용제 제지 △학생회 구성제한 철폐 △사대 총·학장 정부승인제 폐지등이다.
이러한 개선방안이 단순히 거상공론에서 벗어나 대학교육 본질에 충실할수 있도록 실질적인 뒷받침이 뒤따른다면 대학사회는 한결 밝아지고 생기에 넘칠수 있게될 것이다.
유신정권 이래 정부의 대학교육 정책은 사실상 어떻게 하면 학원데모를 막을수 있겠는가 하는 오로지 한가지 방향에서만 발상되고 시행돼 왔다. 졸업정원제나 학생회구성 5원칙따위는 그 대표적인 예다.
교수재임용제 또한 교수들의 연구를 편달하고 실적을 높인다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입바른 소리하는 교수들의 재갈로 악용됐던 것이다.
그 결과 대학인 사이의 부신과 갈등은 한결 심화되어 왔다.
시시콜콜 하나에서 열까지 정부로부터 지시를 받은 대학은 책임과 권한은 고사하고 신뢰와 권위를 상실하고 말았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그 책임을 전적으로 정부에만 돌릴 수없는 이유도 더러는 있다. 교수둘의 학군적 자질과 자세에도 반성해야할 문제점이 걱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만성화된 학생소요와 그 와중에 교수들이 보인 소신없는 자세는 정부의 간섭과 지시를 불러들인 결과를 초래했고, 또한 학생들의 불신과 백안시를 초래하지 않았는가. 그결과 대학의 권위와 기능은 더욱 더 손상되고 말았던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려면 진정한 대학의 자율화가 이룩돼야한다. 행정적 획일주의를 지양하고, 총장 책임아래 교수회의를 활성화시켜 대학의 질적 관리나 재정·인사·행정이 운영돼야한다. 다만 그것이 다시는 타율이 작용하지 않도록 대학의 양식을 대학 스스로가 수호해야 할것이다.
사학의 경우 특수성을 살러 자유경쟁의 원칙이 존중돼야겠으나 공정한 운영과 관리가 필수적 요건이다. 특히 편파적 경영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는 일부 사학의 경우는 시대적 상황을 깊이 인식하여 학사운영의 공정성이라는 관점에서 체제를 정비해야 한다. 족벌운영으로 생기는 비리는 또다른 학원소요를 부르며 대학의 안정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것이다.
이제 대학은 각종 학문의 지식뿐만 아니라 정신적 지침을 제시하는 지성과 지식사회의 지주로써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자율이 보강되고 그 자율을 유지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출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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