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차차기 적합 수련 더 쌓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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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일본 총리가 '포스트 고이즈미' 후보 4명에 대한 인물평을 공개해 화제다.

모리 전 총리는 자민당의 최대 파벌을 거느린 정계 실력자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도 이 파벌 소속이다. 예전 같으면 차기 총리 구도에도 결정적인 발언권을 갖는 위치지만 고이즈미 개혁으로 자민당의 체질이 바뀌는 바람에 그의 영향력은 일단 축소된 상태다. 모리 전 총리는 12일 도쿄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9월에 임기가 끝나는 고이즈미 총리의 후계감으로 거론되고 있는 4명에 대해 촌평했다.

여론조사에선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에 대해서는 "순진 그 자체"라고 했다. 그러고는 "정치인은 뱃속이 검은 사람이 많지만 그는 맑기 그지없다"며 "좀 더 수련을 쌓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직 나이가 있으니 차기보다는 차차기에 적합하다는 종래의 지론을 반복한 것이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관방장관에 대해서는 "침착 냉정형, 얼핏 차갑다는 느낌이 있지만 사귀면 사귈수록 맛이 우러난다"고 평했다. 모리 전 총리는 "후쿠다 의원은 관방장관으로 총리의 견마 역을 훌륭히 수행했으며 좋은 지도자가 될 소양을 갖추고 있다"고 평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외상에 대해선 "요시다 시게루 전 총리의 외손자로 도련님 이미지를 피하려고 일부러 거들거리는 투로 행동하고 있지만 외상이란 직책으로 보면 걱정된다"고 말했다.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楨一) 재무상에 대해서는 "정책 추진에는 성실하지만, 자기 일은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평한 뒤 "(총리가 될) 준비가 아직은 덜 됐다"고 지적했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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