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한 길 선택한 이승엽 방망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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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이승엽(30.사진)이 마음을 바꿨다. 지바 롯데를 떠나 다른 팀으로 간다. 일본 프로야구 최고의 명문 요미우리 자이언츠다. 일본 언론에는 이미 이승엽과 요미우리가 합의했고, 발표만 남겨 놓았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승엽은 "대리인에게 모든 것을 맡겼다"며 묵묵부답이다. 요미우리가 어떤 팀인가. 최고의 명문답게 최고의 대우와 인기가 보장되는 팀이다. 그러나 자존심이 강하고 여론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탓에 외국인선수가 적응하고 살아서 나온 적이 거의 없는 팀이기도 하다. 조성민.정민태.정민철도 줄줄이 실패했다. 이승엽에겐 2년 전 삼성을 뿌리치고 지바 롯데로 갈 때처럼 또 한번 '가시밭길로의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9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유니폼 발표회에 참가했을 때 이승엽은 "1월 25일 일본으로 출국한 뒤 28일부터 호주에서 시작되는 팀(지바 롯데) 훈련에 참가한다. 그리고 2월 15일 가고시마의 롯데캠프에 합류했다가 19일 대표팀 훈련(후쿠오카) 장소로 간다"고 말했다. 지바 롯데에서 또 한번의 시즌을 보내는 것을 기정사실로 하는 말이었다. 전날(8일) 대리인 미토 시게유키 변호사가 한국에 들어와 이승엽을 만나고 돌아간 뒤였다.

그랬던 이승엽의 심경에 변화가 일어난 것은 10일부터 12일 사이다. 이승엽은 일본에 돌아간 미토 대리인으로부터 "요미우리로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제안을 받고 '이적'을 결심했다는 추측이 가능해진다.

올해 요미우리는 1루수로 에토 아키라와 메이저리그 출신 조 딜론을 생각하고 있다가 6일 에토가 세이부 라이온스로 팀을 옮기면서 1루수 한 명이 더 필요해졌다. 이승엽이 주전 1루수가 되려면 딜론을 이겨야 된다. 이승엽은 일본시리즈가 끝난 뒤부터 줄곧 팀을 옮기고 싶어했다. 롯데에서는 주전 1루수로 매일 출전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수비 보장'을 입에 달고 산 것도 그런 의미다. 그러나 다른 팀에서 오라는 제안이 없어 잔류 쪽으로 기울다 요미우리에서 비치는 '주전의 희망'을 보고 그 가능성에 자신을 던졌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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