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온라인 쌀가게 주인 됐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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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충남 서산간척지에서 쌀 농사를 짓는 이흥섭(65.서산시 고북면.(右))씨는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인터넷 쇼핑몰 '옥션'에서 이씨의 브랜드 쌀 '흥섭이네 뚝심쌀'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옥션에 등록한 뒤 처음엔 하루 20kg짜리 10포대가 고작이었으나 한달 후 다른 쌀들을 제치고 하루 60~80포대씩 꾸준히 나가고 있다. 주말엔 150포대까지 주문을 받고 있다. 이씨는 부인인 윤명준(61.(左))씨와 함께 매일 주문량에 맞춰 직접 도정.포장하느라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일한다.

이씨는 "쌀 맛을 유지하기 위해 주문이 들어와야 도정한다"며 "주문량이 많을 때는 밥 먹을 시간도 없다"고 말했다. 옥션 관계자 "이씨 쌀이 경기미들을 제치고 석달째 판매량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한번 밥 맛을 본 사람이 반복 구매하고 있어 당분간 인기는 계속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씨는 지난해 12월까지 옥션에서만 1억700만원 어치를 팔았고 요즘도 하루 200만~300만원 어치씩을 팔고 있다. 그는 올해 순수익이 1억원은 훨씬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씨 쌀이 잘 팔리는 이유는 뭘까. 그는 "지난해 봄 잡초가 많아 제초제를 한번 사용한 죄(?)로 사실상 무공해인 쌀겨농법 재배 쌀을 일반쌀 값에 팔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당일 도정' 원칙을 지켜 쌀의 신선도가 높아진 것도 판매에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논 10만평을 포함해 20만평을 농사짓는 '대농'이다. 일년 쌀 생산량이 400t(80kg짜리 5000가마)이나 된다. 15일 현재 지난해 생산량의 30%가량을 판매했다.

"내 건강을 지키기 위해 제초제 등 농약을 쓰지 않는다"는 이씨는 "모든 논을 유기농법으로 농사짓고 싶지만 가격이 비싼 유기농 쌀의 안정적 판로가 없어 일부만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의 옥션 진출엔 충남 예산에 있는 충남농업테크노파크 도움이 컸다. 전자 카탈로그를 예쁘게 만들어 줬고 낱개 포장 단위를 5kg으로 줄이는 등 여러가지 판매전략도 조언해줬다. 주문자 파악과 배송업무는 컴맹인 그 대신 인터넷을 할 줄 아는 부인 윤씨가 맡고 있다.

이씨는 "주말 주문이 밀릴 때는 경기도 안성에 사는 큰아들 내외가 내려와 도와줘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힘을 있을 때까지 농사를 지을 생각이다. 그래서 쌀 이름도 '뚝심 쌀'로 지었다. "먹을 게 없는 사람을 도우라"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당부에 따라 6년째 매달 쌀 200㎏가량을 인근 독거노인.소년가장 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서산=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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