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의 듣는 자생 정당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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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민정당의 「7·14 당직개펀」은노태우체제의 본격 가동을 의미한다. 당의 이미지를 말끔히 씻어내고 문민색,온건색을 부각시키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집권당 하면 으례 행정권력의 온실 속에서 안존하는 생리에 익숙해온 것이 우리의 정치현실이었다. 그러다보니 국민속에 파고들어 지지기반을 넓히는 노력은 등한히 해온 것이 사실이다. 민정당도 물론 그런 범주에 들어간다.
이제 민정당은 모진 비바람도스스로의 힘으로 감내하고 극복해야 하는 자생력을 길러야할 과제앞에 직면했다. 민정당의 이번당직개편은 말하자면 국민의 민주화, 열망에 대응하러는 변신의몸부림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표방이나 외포만의 변모로 자생적 민주정당의 조건이 층족되는 것은 아니다. 그 내용과체질까지도 완전히 달라지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 뜻에서 민정당은 이제 겨우 츨발점에 섰다고 해야 옳다.
지금 민정당이 처한 상황은 어느때보다 험난하다. 전대통렁의 총재직 사퇴로 집권당이 아닌 「다수당」이 된것은 상황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더 이상 여당의 프리미엄에 연연하거나 미련을 가질수도 없고 또 그래서는 안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된 것이다.
정부의 지원에 기대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대권을 겨냥해 뛰려면가장 시급한 것이 당내 민주주의부터 실현,정착시키는 일이다.
얼핏 위에서 밀어 붙이는식의당운영이 일사부란해서 보다 효율적으로 비치기 쉽다. 그러나 그런 방식의 당운영이 어떤 폐단을 낳았고, 얼마나 국민들로부터빈축의 대상이 되었는지는 여기서 길게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참다운 힘은 여론의 광장을 개방, 당내의 어떤 이견도 폭넓게수용한다는 자세를 갖추어야 비로소 발휘되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민주주의의 장점이기도 하다.
민정당이 당면한 최대의 목표는 물론 정권의 재창츨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속에 뿌리를 내리고 국민과 호홉을 같이하는 정당으로의 면모를 차근 차근 갖추어 나가야 한다.
정당이 전근대적 파당과 다른것은 집권이나 각종 이익의 확보를 위해 모인 집단이 아니라 나름대로의 확고한 정견을 갖고 이에 대한 지지를 넓혀 국민대중에게 호소하고 실현하는 점에 있다.
과거 자유당이나 공화당이 역사적 전환기를 맞아 하루 아침에소멸된 것은 특정인을 중심으로 모인 파당일뿐 정당으로서 기능을다하지 못한 때문이었다.
지금 민정당에 가장 긴요한 것은 국민속에 뿌리를 내리는 국민 정당,민주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의 헌정사에서 여태까지 야당 경험이 있는 여당이 없었고, 여당 경험있는 야당이 없었다는 것은큰 불행이었다. 현재의 민정당이단순한 표방이 아니고 진심으로야당할 각오를 가져야만 이땅의민주주의는 꽃피울수 있을 것이며,민정당이 재집권 할수 있는길도, 그리고 다음은 놓쳐도 그다음을 바라 볼수 있는 길도 기실 거기에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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