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사장 사의까지 몰고온 시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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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원전11, 12호기의 토목및 주설비관련 2천8백60억원 규모의 공사를 현대건설에주기로한 수의계약이 백지화되고 박정기 한전사장이 인책사의를 표하게된 사건은 큰관심과 파문을 일으켰다.
엄청난 금액의 공사가 산업정책심의회에서 합의된 사항을 지키지않고 수의계약으로 처리된 사실도 그렇거니와 전광석화 (?) 같은 빠른백지화수습도 보는 사람들로하여금 어리둥절하게 만든 사건이다.
어쨌든 정부는 사건이 확대되면 요즘의 시국과 관련,결코 이롭지 못하다고 판단,이미 체결한 수의계약을 전면 무효화하고 원점에서 공개입찰로 처리하기로 결정함으로써 불필요(?)한 사태의 악화를 막을수 있게 됐다.
○…백지화 결정이 발표된시점(13일상오10시30분)에서도한전측은 『그동안 원자력발전소 공사는 기술상의 특수성때문에 모두 수의계약으로 처리되어 왔으며 법 (투자기관회계법2백17조)에도 위반되는것이 아니다』 라고 강조하고 수의계약에 하자가 없음을 주장.
그러나 한전측은 정부의 관계장관들이 긴급회동, 백지화시키기로 결정한 이상 따를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공사계약체결의 최종 책임자인 박정기한전사장은 도의적 책임을 져물러난다고 입장을 천명.
박사장은 스스로 책임경영의 모토를 실천하기 위해 자리를 물러나기로 결심했다고밝혔다.
일부에서는 법적으로 하자가없고 한전사장으로 할수 있는 결정이었다면 굳이 정부가 서둘러 나서서 백지화를시킬 필요가 있었느냐고 고개를 갸우둥하는 관리들도 있다.
○…이번 사건이 표면화된것은 한전과 (주)한국중공업의 보이지않는 압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후문.
지난4월 주기기공급및 플랜트 종합설계 계약을 체결한한전은 6월9일 주설비시공입찰 안내서를 발급하자 한중측이 반발하고 나선것.
한중은 83년7월 산업정책심의회가 의결한「발전설비 제조업의 산업합리화기준」에 따라 한전이 발주하는 발전소의 주기기및 보조기기 제작과 설치공사의 주계약자로 한중이 참여한다는 조항이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한전이 다른업체에 공사를 발주하려는것은 부당하다면서 상공부등에 하소연했다고.
이에따라 상공부는 지난달중순께 한전의 실무자들을 여러차례 불러 산업합리화기준이 유효함을 주지시킨바 있다는것이다.
한중측의 반발이 있자 한전의 박사장은 성락정 한중사장을 만나 기전공사와 토목공사의 분리가 어렵다는 실정을 말하고 추후공사 발주때 더많은 공사를 한중에 주겠다고 약속, 원만히 타협을보았다는 얘기도 있다.
한편 현대건설은 원전1∼3호기에 국내업체로서는 처음으로 하청업체로 참여한바있으며 5∼8호기는 직접 한전과 수의계약, 주설치공사(토목및 기전공사) 를 맡아 국내업체로서는 최고의 축적된기술을 갖고있는것도 사실.
○…수의계약이 백지화된 마당에서 앞으로의 문제는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 당한현대건설측이 어떻게 나올것이냐, 그리고 공개입찰시에 어디로 떨어질것이냐로 집약될듯.
원전 11,12호기는 1백만㎾ 짜리 2기로써 총공사비가 3조3천2백억원을 들여 96년까지 완공하게 되는데 이중 2천8백60억원상당의 토목및 설비공사가 이번에 말썽이 된것.
원전공사는 고도의 기술축적을 요하는 것이어서 현재까지 주설비공사는 한국중공업·현대건설·동아건설등 3개업체만이 맡을수 있는 자격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들 3개사를 대상으로하는 공개 입찰이 실시될 경우 이미 인근의 7,8호기 공사를 맡았었고 경험이 많은 현대건설에 넘겨질 가능성이 많다고 보고있다.@@임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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