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미지 나빠도 안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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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80년대에 들어와 한국 여성계의 두드러진 활동의 하나가 업체를 겨냥하여 소비자인 일반 여성들의 항의 전화와 불매운동을 유도해온 적극적인 소비자운동.
종전의 소비자운동이 주로 상품의 질이나 가격에 대한 불만해소였으나 이 새로운 운동은 상품제조회사의 여성근로자에 대한 부당한 처우나 성차별적인 광고등 여성인권보호에 초점을 모으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달 12일 하오 한국여성단체연합회 (회장 이우정)산하 한국교회여성연합회등 단체대표 30여명은 『내가 낸 세금 내 아들을 죽이다니』『최루탄 추방』등 피킷을 들고 서울태평로에서 시청쪽으로 돌며 평화적 시위를 했다.
이어 현재 최루탄을 만들고있는 S화학·S정밀·H바이저·H화약등 4개 업체의 일반소비자와 관련된 상품을 불매키로 의결했다. 또 각 회사에 최루탄 생산을 중지토록 항의전화를 하기로 했다.
실제로 노조활동과 관련, 여성근로자의 부당 해고·탄압에 대해 여성단체가 힘을 합해 불매운동을 전국적으로 벌인 경우는 85년 여성평지회가 중심이 되었던 S섬유의 톰보이 사건, 86년 한국여성단체연합회가 해결한 C피복의 뱅뱅 사건등이 있다.
그밖에도 86∼87년에 걸친 D투자신탁의 주소녀씨에 관한 결혼 퇴직 강요건으로 여성의 전화 (원장 김희선)가 『D투자신탁과는 거래를 끊읍시다』는 캠페인을 벌였던 것, 역시 86년부터 시작된 KBS-TV 시청료 거부 범시민운동여성연합회(회장 박영숙)의 시청료거부운동도 넓은 범위의 불매운동이라 할수 있다.
한편 85년10월 창간된 여성사회연구회 (회장 이계경)발행 월간 『여성신문』은 매달 여성을 성적대상으로 하고 여성을 상품화한 각종 광고를 고발, 각 회사에 공문을 보내 독자들로 하여금 항의 전화를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총24회에 걸쳐 고발된 광고들은 주로 여성을 위한 속옷·청결제·화장품회사와 쇼핑 센터·전자회사·자동차회사등의 광고들. 지나치게 선정적으로 여성을 등장시켰거나 여성인격을 비하하여 혐오감을 주는 것들이라고 한다.『게재된 광고회사에는 공문을 보내 시정토록 권합니다. 대부분 타협이 되어 불매운동까지 발전한 것은 없읍니다』는 것이 이계경회장의 얘기.
그밖에도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매스컴 모니터그룹도 금년초부터 광고모니터를 집중적으로 시작했는데, 문제광고는 시정 요구 공문을 보내고 여의치 않을 경우엔 불매운동으로 연결시키리라 한다. 『뱅뱅과 주소녀씨 사건은 모두 원대복귀로 문제가 해결됐읍니다. 이처럼 여성단체가 힘을 합해 기본적인 여성의 생존권과 성차별해소를 위해 공동투쟁을 벌이게된 것은 여성단체 활동이 한차원 높아진, 바람직한 변화라고 생각합니다』고 이미경 한국여성단체연합회 부회장은 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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