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직교사와 교육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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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1일 상오9시 서울시교위 회의실. 시국관련 해직 및 임용대상 제외교사 17명이 최열곤 교육감을 비롯, 교위간부 10여명과 마주 앉았다.
「민주교육쟁취」란 머리띠를 두르고 교육감 퇴진까지를 요구하며 교육감 부속실에서 밤을 새운 이들과 교위간부가 자리를 함께 한 회의실은 긴장된 분위기 속에 한동안 어색한 표정들. 그나마 「6·29선언」전에는 생각도 할 수 없던 자리가 마련된 셈.
『진작 만나지 못한 것을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겪은 어려움을 우리도 가슴아프게 생각해왔습니다. 지금우리는 민주화의 전환점에서 있습니다. 여러분의 입장에서 구제문제에 최선을 다하겠읍니다.』 최교육감이 말문을 열었다. 시국의 변화를 실감케하는 태도의 전환이었다. 시국관련교사문제에 관한한 재량범위가 좁았던 교육감의 고충이 엿보이기도 했다.
적대감까지를 숨기지 못하고 있던 해직교사들의 표정이 풀리기 시작하면서 분위기는 훨씬 누그러지는 것 같았다.
『선별복직은 있을 수 없다는 소박한 생각으로 왔다가 철야농성까지 하게돼 미안합니다. 다만 이번 복직은 구제라는 시혜차원이 아니라 국민의 뜻에 따른 권리회복차원임을 직시해주시기 바랍니다.』 해직교사들은 할 말을 짚고 넘어갔고, 교육감도 당부를 잊지 않았다.
해직 교사들은 교육민주화와 관련한 모든 응어리를 풀어달라고 요구했고, 교육감은 우선 쉬운것부터 시작해 모든 문제를 풀어나가자고 약속했다.
장장 3시간20분간에 걸친 난상토론이 끝나고 해직교사와 교육감을 비롯한 교위 간부들은 부드러워진 표정으로 악수를 나누었다.
회의실을 나서는 교외간부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가슴벅참 보다는 착잡함이 앞선다. 우리의 과제는 교단의 민주화였고, 그걸 위해서 이런 자리는 진작 있어야했으며 앞으로도 있어야한다』는 한 해직교사의 혼잣말은 교육민주화의 앞날에 여운을 남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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