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을 앞두고 눈이 휘둥그럴 만큼 비싼 선물세트가 팔린다지만 그것은 뇌물 세트라고 부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어린이도 예외가 아니다. 받는 기쁨을 알아버린 아이들은 툭하면 선물을 요구한다. 시험을 잘 보았으니, 설날이니 선물을 달라고 조른다. 친구의 마음을 선물의 크기로 짐작하기도 한다. 좋은 선물은 어떤 선물일까? 마음의 선물은 선물일까, 아닐까? 받는 기쁨과 주는 기쁨 가운데 어떤 것이 더 클까?
'벤자민의 생일은 365일'(쥬디 바레트 글, 론 바레트 그림, 미래M&B)은 선물의 의미를 되짚어볼 수 있는 해맑은 이야기다.
벤자민은 친구들과 조촐한 생일잔치를 연다. 선물을 풀어볼 때는 눈물나게 행복했지만 잔치는 금방 끝나고 다시 생일이 오려면 365일이나 기다려야 한다. 아쉬운 벤자민은 받은 선물을 그대로 포장해서 머리맡에 두고 잔 뒤 이튿날 자기 스스로에게 선물한다. 1인 2역의 선물 놀이를 시작한 것이다. 주는 기쁨이 받는 기쁨 못지않다는 걸 알게 된 벤자민은 아끼는 멜빵, 할아버지 사진 같은 오래된 물건을 낡은 포장지로 싼 뒤 하나씩 풀어보는 재미로 일 년을 보낸다. 벤자민의 선물놀이는 일 년 뒤 집 전체를 리본으로 포장한 벤자민이 친구들과 함께 지붕 위에서 생일잔치를 하면서 끝난다. 벤자민은 그제야 비로소 자기 곁에 있는 모든 것이 다 귀한 선물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선물'에 대해 토론하거나 논술문을 쓸 때 '역시 마음의 선물이 최고'라거나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좋다'는 평범한 결론을 경계해야 한다. '좋은 선물의 조건'에 대해 실용적으로 분석하거나 '선물의 부정적 기능'도 한 번 검토해보는 것은 어떨까.
김지은(동화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