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욕설…판결문낭독 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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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재판부가 입정하고 피고인들이 법정에 들어서자 방청인들이 『××시켜라』『얼굴 좀 들어봐라』는 등의 고함을 치는 바람에 법정안이 극도로 소란, 조경위등 4명은 고개를 푹 수그리고 있었는데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으나 이정호 피고인만은 똑바로 고개를 들고 재판부와 주위를 둘러보는등 비교적 여유있는 모습.
○…상오10시3분 재판장이『형사재판의 근본목적은 실제적 진실 발견과 인권옹호를…』라는식으로 판결문을 읽어나가기 시작하자 방청석에서는 『무슨 인권옹호냐』라는 고함과 함께 또다시 욕설이 터졌다.
계속되는 소란으로 재판장의 판결문 낭독이 거듭 중단됐고 10시7분쯤 재판장이 박군의 아버지에게 『조용히 좀 시켜달라』고 말하는 순간 박군 아버지는 벌떡 일어나며 『누가 누구를 조용히 하게끔 하라는 거냐』고 소리치며 피고인석쪽으로 달려나오려는 바람에 이를 막는 교도관들과 함께 밀고 나오려는 방청인들간에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재판장은 그 순간 휴정을 선언하고 모자를 집어던지며 소리를 지르는 방청인들은 퇴정시키라며 법정을 나갔고 이어 박군의 아버지등 방청인들이 피고인석쪽으로 몰려나왔다.
박군의 아버지는 검사석 위에 있던 마이크등을 집어던지며 검사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4분여동안 교도관들과 방청인들간에 몸싸움이 계속되자 법정에 방청나와 있던 박찬종의원과 김동완목사등이 방청인들에게 자제를 요청했으나 소란은 계속됐다.
10시12분쯤 재판부가 다시입정, 공판재개를 하려하자 김목사는 재판장에게 진정시킬수 있도록 잠시 여유를 달라고 부탁, 일단 박군아버지등 방청인들을 자리에 앉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방청석 앞쪽두줄을 차지하고 있던 교도관 20여명이 모두 일반방청인들에게 자리를 양보, 피고인 주변에는 20여명의 교도관이 두줄로 선채 계호.
재판장이 판결문을 다시 읽기 시작하자 또 다시 법정안은 소란이 시작돼 재판장은 10시15분쫌 『판결문을 생략하고 주문만 읽겠다』고 말한뒤 조피고인등에게 차례로 형량을 선고한뒤 곧장 퇴정.
○…선고가 끝나고 재판부가 퇴정하자 박군 아버지등 일부 방청인들은 교도관들에게 둘러싸여 법정을 나가는 피고인들의 뒤를 좇아가 『×일놈들』이라고 고함을 쳤고 이를 막는 교도관들의 모자를 뺏어던지고 여자 방청인들은 핸드백을 휘두르는등 1분여간 또다시 수라장.
○…박군의 아버지 박정기씨는 재판이 끝난 뒤 『재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판결자체에는 애당초 관심도 없었다』며 『중요한건 과정인데 진상이 조금도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이날 선고법정에는 통상 변호인들이 나오던 것과는 달리 피고인 5명의 변호인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이날 법정에는 민주당 박찬종·목요상의원등과 조계종 총무원장, 「민가협」회원·가족등 2백여명이 나왔고 뉴욕 타임즈지등 외신기자 3∼4명도 눈에 띄었다.
소란이 계속 되는 동안 모든 방청인들은 의자위로 올라가 이 광경을 지켜보는 바람에 법정은 흡사 격투 경기장같은 느낌을 갖게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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