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군 때리기 지나쳐 안보 중요성마저 깎아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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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참으로 국방을 하기 어려운 나라다."

국방부가 12일 개최한 '2006년 국방 혁신방향' 워크숍에서 심경욱(사진) 국방연구원(KIDA) 책임연구위원이 한 말이다. 사회 일각의 '군 폄하' 시선에 대한 비판이다. 심 연구위원은 청와대 국방발전자문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2003년엔 이라크 파병 예정지 정부조사단에도 참여했다.

심 위원은 이날 워크숍에서 강사로 나와 "민주화 과정에서 군의 '탈성역화'가 과도하게 진행되면서 군사 안보의 비중마저 폄하됐다"고 주장했다. "군사정권을 겪은 시민사회는 군 전체를 부정적 인식과 억제, 축소, 소외의 대상으로 봤다"고 했다. 워크숍엔 국방부의 김영룡 혁신기획본부장.안광찬 정책본부장 등 간부들과 현역 장교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그는 "민주화를 주도했던 과거 문민정부들은 방기당하는 군에 대해 제한된 지원과 관심을 보냈을 뿐"이라며 "정치.경제.언론계 지도층도 군 내부에서 시도된 변화 노력을 알려고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군이 추진하는 대규모 병력감축안(국방개혁안)에 대해서도 10여 년간 계속돼온 '군 때리기' 타성에 젖어 감축의 폭이 부족하다는 습관적인 문제 제기만 했다는 것이다.

군의 개혁안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병영문화 개선과 같은 각종 혁신 조치를 보면 마치 지휘관은 인간 혁신의 대상이고, 병사들은 인간 존중의 대상인 양 생각하는 것 아닌가 자문하게 된다"며 "전 구성원의 자존을 보장하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이날 심 연구위원의 강의 내용은 군을 부패와 강압적인 문화로 일관된, 시대에 뒤떨어진 보수 집단으로 간주하는 바깥의 시선에 대한 군내 불만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한 참석자는 "국민에게서 존중받지 못하는 군이라면 어떻게 존재할 수 있겠는가"라고 공감을 표시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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