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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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6월의 말은 노태우대표가 대미를 장식했다. 어느 때없이 그의 말엔 생기와 힘이 있었다.
말의 생명은 진보이다. 아무리 비단결 같은 말도, 아무리 서슬이 시퍼런 말도 공감이 없 으면 빛과 힘이 없다.
『정치란 대도가운데 버티고 서있으면 다 아닙니까]
시국 수습대책을 발표하고 난 노대표가 사석에서 한말이다.
그의 시국 수습연설은 문안도 명문이지만 우리나라 민주발전사의 중요 자료로도 남을 것이다.
전두환대통령은 25일 김수환추기경과 만난 자리에서 이런 말을 했다.
『나는 (대통령을) 물러나면 잠을 한번 실컷 자고싶고, 여행도 하고, 읽고 싶은 책도 읽고 싶다』
국가지도자가 「마음놓고 잠을 잘 수 있는 나라」 가 이 지상엔 몇이나 될까. 역설 같지만 지도자가 깊은 잠을 잘 수 있는 나라일수록 국민도 마음놓고 잠을 잘 수 있다.
6월만큼 「코리아」 가 세계 매스컴의 첫 머리기사로 등장한 달도 드물 것이다.
미국무성차관보정도의 관리인「시거」는 한국사태로 일약 세계의 유명인사가 되었다. 최근 「레이건」 대통령의 밀령을 받고 한국을 다녀간 그는 워싱턴에 돌아가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미국은 한국 국민이 원하는 것을 원한다.』
그가 생각하는 「한국 국민이 원하는 것」 은 『민주적이고 안정된 정부, 국민의 지지를 받고 국민의 권리를 존중하는 자유롭게 선출된 정부』 다.
어쨌든 미국이 「한국 국민이 원하는 것」 에 더 큰 비중과 관심을 공개적으로 표시한 것은 이례적이다.
뉴욕 타임즈지의 이런 사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좋을지 모르겠다.
『한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타협과 절제를 정치적 미덕으로 여기지 않는 문화 속에서 행동하고 있다.』
워싱턴 소재 인권단체인 아시아워치의 「에드워드·베이커』(하버드대)는 오늘의 우리나라 위기상황을 이렇게 평가했다.
『… 미국이 기회를 놓쳐 버린 하나의 슬픈 역사를 보여주는 것이다.』
모두 기가 찬 얘기들이었다. 우리의 문제는 우리의 도덕적인 판단력과 자존심과 결단력을 가지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을 때 그런 말은 자취를 감출 것이다.
명동성당 농성사태로 온 국민이 절망적인 상황에 빠져있었지만 결국 우리 스스로 문제를 풀었다. 『정부, 학생, 교회 3오가 모두 승리할 수 있는 길로 결말을 보게돼 기쁘다.』 (함세웅신부)
이것은 앞으로도 문제해결의 준거로 삼을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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