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임종룡 "해운업 수술 막 끝났다. 시간 갖고 봐달라"

중앙일보

입력

임종룡 금융위원장.

임종룡 금융위원장.

“이제 막 외과수술이 끝났습니다. 환자가 걷거나 뛰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해운업 구조조정을 “오장육부를 개조하는 수술”에 비유하며 “왜 당장 옛날 같은 모습이 안 나오느냐고 하는데, 시간을 갖고 봐달라”고 말했다. 27일 열린 기자단 오찬 간담회에서의 발언이다. 그는 “금융위가 한진해운 관련 내용을 재정리하면서 돌이켜 생각해보고 있다”면서도 “구조조정의 원칙을 지켰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진해운 법정관리행과 관련해 금융위가 받는 비판 중 하나는 금융논리만 가지고 해운업을 잘못 진단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임 위원장은 “2018년부터 살아날 것으로 전망되는 조선업과 달리, 해운업은 누구도 언제 치킨게임이 끝날지에 대한 전망을 찾을 수 없었다”고 반박한다. 한진해운은 외형적으로 세계 7위의 규모를 자랑했지만 막상 들여다보니 해운산업 측면에서 문제가 많았다는 입장이다. 그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이를 설명했다. “한진해운이 보유한 선박 155척 가운데 95척은 비싼 값에 용선한 것이었습니다. 나머지 60척 중에서도 빚이 없는 순수한 사선은 5척에 불과했어요. 그것도 선령이 10년이 넘는 노후 선박이었고요. 나머지 55척이 진 빚은 2조5000억원이었습니다.”

임 위원장은 “한진해운을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2019년까지 4조~4조6000억원을 대야했다”면서 “산업 자체를 위해 어떠한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살려야 한다는 주장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았다”고 잘라말했다. 돌이켜봐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뜻이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12월 15일자)에서 제시한 굿 컴퍼니(건전자산)과 배드 컴퍼니(부실자산)로 쪼개 구조조정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다른 입장을 내놨다. 임 위원장은 “한진해운은 국내 금융기관이 가진 협약채권이 30%에 불과해서, 법정관리를 신청할 때가 되니 남아있는 우량자산도 없었다”며 “굿 컴퍼니와 배드 컴퍼니를 나누는 방식을 적용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언급했다.

대우조선해양 문제와 관련해서는 풍선에서 바람을 빼는 것에 비유했다. 충격을 최소화하려면 한방에 풍선을 터뜨리는 방식이 아니라 매듭을 풀어 서서히 바람을 빼는 식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임 위원장은 “STX조선의 경우 4조5000억원을 지원해서 짓던 배를 계속 빼낸 뒤에 법정관리를 보냈기 때문에 충격이 없었다”며 “대우조선도 서서히 바람을 빼면서 조선업의 스몰 사이클이 돌아오는 2018년까지 버텨야 한다”고 말했다. 또 “조선 빅3가 모두 구조조정 중인데 이를 빅2로 재편하는 빅딜을 인위적으로 할 수는 없다”면서 “대우조선을 더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최대한 자구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