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낼 사람보다 많이 배울 사람 배치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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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3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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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경영자(CEO) 의존도를 최소화하기 위한 시스템경영의 이번 주제는 ‘역량강화’다. 지난 강의에서 ‘프로세스 혁신’을 위한 방안과 사례들을 살펴봤다.


IGM세계경영연구원에서 진행하는 시스템경영클럽의 이번 강의에서는 프로세스 혁신을 마무리한 뒤의 역량 강화 방안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 주>


일본 사가현 다케오시의 시립도서관을 다녀왔다. 인구 5만명인 작은 도시의 시립도서관에 연간 9500만명이 방문하는 이유는 바로 고객의 니즈를 제대로 읽고 이에 부응하는 가치를 제공하기 때문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거기에 더해 간결한 업무 프로세스, 고객응대의 방법마저 전문가다운 면모를 느낄 수 있었다. 직원 역량을 바탕으로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고객 만족을 도모한 결과 많은 고객들이 시립도서관을 찾기에 매년 재무성과는 좋아질 수 밖에 없다.


프로덕트 믹스의 핵심은 제약공정의 효율화 지난 강의의 주제였던 ‘프로세스 혁신’을 다시 한 번 정리해보자. 경영에서 가장 핵심은 보유하고 있는 한정된 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우선순위에서 활용해서 경영의 성과와 생산성을 극대화할까 하는 것이다. 바로 서비스·상품을 생산을 할 때 어떤 품목을 어떤 비율로 생산할 것인가를 말한다. A라는 회사의 공장에서는 두 가지 종류(P·Q)의 제품만 생산한다고 가정해보자. 각각 얼마의 생산을 하는 것이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릴 수가 있을까. 보통은 단순히 생산 개수와 원자재 가격 그리고 판매가만을 고려해 최대의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조합을 만들어 낸다. 즉 각 제품의 개당 판매가와 개당 자재 원가의 차이, 그리고 개수를 곱해서 최적의 선을 찾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문제가 생긴다. 왜냐하면 존재하는 제약조건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약조건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단순한 예를 들어보자. 하나의 제품을 생산하는 데 3단계의 공정을 거친다고 하자. 1단계는 시간 당 100개를 생산하고, 2단계는 60개, 3단계는 80개라고 하면 시간 당 완제품 몇 개를 생산할 수 있을까. 답은 평균인 80개가 아니다. 2단계의 제약조건 때문에 완제품 역시 60개가 된다. 2단계 앞 공정에서는 40개의 재고가 쌓이고 3단계는 2단계에서 부품이 올 때까지 놀고 있게 된다. 따라서 생산을 효율화하려면 전체 연결관계를 고려해, 먼저 제약조건을 개선해야 한다.


제약이론으로 명성을 얻은 엘리 고드렛 박사가 실제로 3개 공정이 있다는 가정에서 테스트해본 결과 1%만이 제대로 계산을 했다고 한다. 이처럼 공정이 3개 밖에 없는 경우는 오히려 수월하다. 하지만, 서비스업 같은 경우는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일을 하고, 제조업의 경우도 공정이 훨씬 더 많다. 영업을 할 때 실제로 평균 생산량이 얼마인지 파악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냥 수주를 하면 제약공정 때문에 제때에 처리를 못해 문제가 발생되는 예들이 많다.


따라서 순이익을 계산할 뿐 아니라 제약공정을 찾아 제약조건과 제약공정의 효율성을 고려한 후 ‘프로덕트 믹스(product mix)’를 해야 한다. 단순히 보기에 투입되는 공정의 원가가 낮은 제품이 수익을 많아 가져다 준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전체 공정에 투입할 자원을 모두 관리하는 것보다 제약공정만 찾아서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도전적인 업무 부여했을 때 성장 가장 빨라 이제 이번 강의의 주제인 ‘역량 강화’에 대해 논의해보자. 학습과 성장은 직원들의 역량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한 내용으로 재무적 목표나 고객에 관련된 프로세스를 밑받침 해주는 토양이다. 이는 채용·성과·평가·보상과 육성이라는 인재관리 프로세스와 연결된다. 우선 역량을 갖춘 인재를 어떻게 채용할 지를 생각해보고 다음으로 직원들의 역량을 어떻게 키우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인지 살펴보자.


역량 있는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인재상을 기반으로 채용해야 한다. 통상 능력과 태도를 중심으로 정립하는데 능력은 전략의 실행을, 태도는 조직문화의 적응을 본다. 지원자 본인이 회사가 제시한 능력과 태도를 지니고 있음을 스스로 증명하는 ‘자기역량 증명 이력서’를 활용할 수도 있다. 자신의 역량을 평가해 스스로 점수를 매기고 그 이유를 기술하게 하는 것이다.


구성원들의 역량을 개발하고 강화하려면 회사가 요구하는 필요 역량을 제대로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역량을 파악할 때는 미래에 초점을 맞추고, 측정 가능한 행동과 결과를 정의해야 하며, 습득할 수 있는 행동을 명시하고, 조직의 목적에 맞춰 구성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 역량 파악을 모든 리더들의 책임으로 부여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공통 역량·직무 역량·리더십 역량의 3가지로 구분한다.


필요 역량이 정리되면 이를 기준으로 육성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리더들에게 현업에서 직원들의 역량을 키우는 책임을 맡겨 지속적으로 어떻게 육성할 것인지 고민해서 실행하게끔 해야 한다. 방법론으로 교육훈련을 많이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30% 정도다. 교육훈련은 통상 최고경영층의 직접적인 관여로 가능해지며 기업의 니즈에 맞춘 통합적인 프로그램 설계가 전제가 돼야 한다.


실무에 적용 가능한 내용으로 실천학습을 활용해 참여를 강조하는 형태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현업에서 직무를 수행하면서 육성하는 것이다. 교육 과정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현업에서 업무를 수행하며 배우는 방법이다. 현업부서와 지원부서 모두를 경험하게 하고, 기업 인수합병(M&A) 업무, 고객사 근무나 해외 근무 등 전혀 새로운 환경에서 생활하거나 다양한 상사와 업무를 경험하게 함으로써 역량을 강화하게 된다. 현재 업무의 책임을 확장함으로써 역량을 강화시키는 방법도 있다.


2009년 피어슨컨설팅의 조사에 의하면 도전적인 업무를 부여했을 때 가장 빨리 역량이 높아진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IGM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해 시행하고 있는 창조적 문제해결 방법론인 에듀솔빙(Edu-solving)과 비슷한 방법인 액션러닝(Action Learning)이 효과적이다. 현업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직접적으로 참여했을 때 역량이 순간 커진다는 것이다.


현업의 문제를 풀어나갈 때 가능한 지속적으로 업무의 범위를 확대시켜야 한다. TF팀을 구성해 여러 부서 사람들이 모여 일할 기회를 주는 식이다. 이 때 최고경영자(CEO)나 임원진은 누구를 배치할 것인가를 굉장히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어떤 업무를 맡았을 때 누가 성과를 제일 많이 낼 것인가 보다 누가 가장 많이 배울 수 있을까를 계속 고민하며 뽑아야 한다. 인재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리더들이 인재육성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잭 웰치는 “모든 리더들은 자신의 자리에 오게 되면 최소한 자기 정도 되는, 또는 그보다 더 뛰어난 사람 3명씩은 육성할 책임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이 열정 갖고 몰입해야 역량 커져 성과와 역량을 1년에 1회 혹은 2회 주기적으로 점검하도록 한다. 역량 수준과 성과 수준을 기준으로 각각 3단계로 구분해 C급·B급·A급, 그리고 S급 인재로 분류해 관리한다.


역량 수준은 아주 높지만 성과는 아주 낮은 C+급 인재의 경우 경고를 주고 코칭을 한다. 경우에 따라 역량을 발휘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전환배치를 할 수 있다. 공동체적 문화가 강한 우리나라는 C 플레이어를 특정인으로 낙인 찍는 것이 쉽지 않다. 따라서, C 플레이어에 대한 기준을 우선 마련하고 능력이 부족한 직원의 경우 구체적으로 어떤 역량이 부족한지를 직접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역량은 낮은데 성과는 중간 정도를 내는 B급 인재의 경우는 소속감을 부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지속적인 관심과 훈련을 통해 성장 기회를 제공한다. 스타가 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해 역량을 발전하고 의욕을 가질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B 플레이어 정도면 일반적인 보상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특별한 인정과 잦은 칭찬이 필요하다.


역량은 높은데 성과가 중간 정도인 A급 인재는 추가적인 코칭으로 리드를 하고, 역량은 중간 정도인데 높은 성과를 내는 A급 인재는 부족한 역량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당연히 역량과 성과 모두 높은 S급 인재는 핵심 직무를 부여하고 그에게 주는 보상이 충분한지 확인해 다른 곳으로 떠나지 않도록 한다.


인재 확보와 역량 개발을 위해 노력하는 것 만큼 역량 발휘를 통해 성취감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가 맡은 일에 열정적으로 몰입할 때 성과가 발생하게 마련이다. 열정을 가지고 몰입할 때 역량도 커지는 법이다. 연구에 따르면 업무에 완전히 몰입하는 비율이 글로벌 기준으로 22%이지만, 한국은 6% 정도에 불과하다.


직원들이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선 직원 스스로가 자신의 역할이 어떤 의미를 갖고, 조직에 얼마만큼의 가치를 부여하는 지 알고 있어야 한다. 또한, 업무를 통해 성장하고 물질적·정신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더불어 회사가 많은 배려를 해주고 있다고 느끼며 공동체 의식과 자긍심을 가질 때 몰입이 이뤄질 수 있다.


배보경?IGM세계경영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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