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된「엔고악령」일사장들 죽어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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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동경=최철주특파원】일본기업 사장들이 엔고의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엔고 불황이라는엄청난 스트레스에 희생되어 급사하는 경우가 빈발하고 경영부실에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가거나 아예 쫓겨나는 「사장경질사태」마저 빛고 있다.
지난 4월까지 6명의 사장이 급사한데 이어 5월에 들어서 세이코전자의「핫토리」사장 (55)은 지난달 골프장에서 플레이중에 동행한 친구들도 미처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갑자기 일어난 심근경색증으로 현장에서 사망했다.

<경영부실에 조바심>
그는 수출이 60%를 차지하고 있는 세이코에프슨사의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1년의 절반을 해외시장 독려로 보냈던 정열적이던 사장이었다.
지난 10일 일본 대출판사가운데 하나인 강담사의 「노마」사장(59)의 급사도 업계에 충격적인 뉴스였다. 그는 출판업계의 치열한 경쟁속에서 회사의 경영수지를 견실히 하기 위해 동분서주 해왔며 최근에는 중공에까지 가 사업문제를 협의 했었다.
이밖에「아사노」일본경공업사장은 지난3월 뇌출혈로,「나카베」대양어업사장은 심부전증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모두가 경영합리화를 위해 최일선에서 사업을 진두지휘해 왔으며 기업의 흑자전환을 바로 눈앞에 두고 눈을 감았다.
수지개선과 시장점유율 확보로 자신의 업적을 평가받는 일본기업사장들의 경영스타일이 체력으로 견뎌내기에 너무 무거운 스트레스를 가져다 주고 있다. 급사한 사장들의 대부분은 병력도 없으며 오랫동안 골프등으로 건강을 관리해 왔던 사람들이다.
지난3월 결산기에 밝혀진 일본기업의 성적표에 따라 사장들의 경질도 최대규모로 단행되었다.

<골프등 체력관리 철저>
상장회사중 올들어 사장이 바뀐 기업은 1백74개사.
이는 지금까지 연단위 기록으로는 최고기록이다. 이것은 단순히 임원임기가 끝나서가 아니라 엔고 불황에 대한 긴급처방을 위한 경영진 이동이었다.
오너들은 인심일신으로 사장을 바꾸어 엔고합리화에 박차를 가하려는 인사방침을 세우고 있다. 사장경질이 가장 많은 업종은 불황의 농도가 짙은 화학과 기계·자동차부문이다.
새로 사장자리에 앉은 인물들의 평균 연령은 59세로 전임자들의 67세보다 훨씬 낮아진 것이 특색.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보다 젊고 정력적인 인물이 필요하다는 격동기의 사장 인선방침이 나타나고 있다. 신임사장의 전직은 부사장 또는 전무·상무가 상당수로 사내발탁이 대부분이다.

<사장 59세로 젊어져>
건설기계의 최대 메이커인 고마쓰(소송)제작소의 경우 사장이 이 사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자신의 해임을 통고받는 돌연한 경질극도 벌어졌다. 오너는 『회사 실적이 좋지않다. 일심 일신이 필요하다』는 말로 고용사장을 갈아 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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