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곳없는「취재보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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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따다닥, 최루탄이 터지며 독한 가스가 뽀얗게 사방을 감쌌다.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던 시민들이 황급히 입과 코를 감싸쥐고 뿔뿔이 흩어진다.
14일 하오 5시50분쯤 서울 충무노1가 중앙우체국 네거리.
방석모와 마스크를 쓴 청바지차림 사복전경 1명이 흩어지는 시민들속 40대 1명을 붙잡는다. 붙잡자마자 마구 주먹과 발길질.
『왜 그렇게 사람을 때리는거요.』
영문을 물으며 달려가는 기자앞을 똑 같은 차림의 사복전경조 30여명이 가로 막았다.
『넌 뭐야?』
『기자요.』
『기자면 다야? 야, 죽여버려.』
10여명이 덤벼들어 목을 죄고 팔을 비틀며 꺾는다. 20여m를 끌고가며 방패로 주위를 둘러 가린 채 마구 해대는 주먹질·발길질. 누군가는 방패로 어깨죽지를 내리쳤다.
때 마침 근처에 있던 타사동료기자 10여명이 이 광경을 보고 달려 왔으나 청바지 전경부대에 이들마저 방패로 떼밀리며 목덜미를 낚아 채이는 봉변.
한바탕 분풀이(?)를 한뒤에야 전경들은 눈을 부라리며 물러 났고 잠시 후 보고를 받은 듯 전경중대장이 달려왔다.
『이거 정말 죄송합니다. 기자들 취재활동을 보호하라고 그렇게 교양을 했는데도 이러니,내참….』
기자폭행이 큰 물의를 빚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게 한다」고 다짐한 것이 불과 한달여전. 시경국강이 「보도」완장까지 나눠주고 자유로운 취재를 보장한 시위진압 현장에서「보도」완장을 찬 채 폭행당한 기자는 명동성당 학생들의 격렬한 구호와 시민들의 열띤 호응의 연유를 알 것 같았다.
학생이나 전경이나 같은 젊은이끼리 백주대로에서 죽기살기의 대치를 해야 하고 폭력이 일상화 되는듯한 이 살벌한 분위기. 몸의 통증보다 더한 마음의 통증을 느꼈다.

<안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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