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문학관 여수』 『베스트셀러극장 비단비행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인간은 항상「위기앞에 놓여 있다」는 인식을 전제로 할 때 갈등속에서 삶을 해석해야한는 드라머에 있어서 「갈등」은 대립을 무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의미의 창조를 지향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갈등」을 상투적으로 해소하는 것은 곧 자아와 세계의 거짓화해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6일밤 KBS 제1TV가 방영한『TV문학관 여수』(한말숙원작·이영국연출)는 상투적 갈등의 해소를 드.러내는데 그쳤으며 7일 MBC-TV가 방영한 『베스트셀러극장 비단비행기』(박순녀원작·김문옥연출)는 신신미 없는 결론을 보여주는데서 그쳤다.
『여수』는 이미 타인이 된 남편을 떠나 사랑의 상실을 메우려는 40대 여류화가가 진실한 사랑은 일회성이며 그것은 자신의 내부에 있음을 발견한다는 자기 치유의 드라머.
사변적이기 쉬운 내용을 빈번한 회상장면을 통한 심리묘사로. 처리, 구성의 짜임새는 보였으나 사랑에 대한 유혹과 불안으로부터 진실한 자아를 회복하는 과정을 지나치게 회상장면에 의존, 주인공에 대한 심정적 공감을 요구함으로써 결국은 영상보다 주인공의 설명에 치중했다는 느낌을 주고 말았다.
따라서 주인공의 내면묘사에 비해 주변인물의 갈등전환요소가 희박할 수 밖에 없어 라스트신이 감동의 여운을 주기에는 자기완결적인 인상이 짙었다.
한편 「비단비행기」는 비행기가 상징하는 먼 곳에 대한 동경이라는 소박한 꿈을「비단비행기」가 날수 없듯이 좌절하고야말 희망으로 표현해내는 장면들에서 재능의 번득임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갈등의 상투적 해소를 거부하는 대신 삶에 대한 비극적 인식을 운명론적 파국에 의존, 출산이라는 낡은 결론을 산출하고 말았다.
또 전체적으로 주인공의 비극적 순응주의가 줄거리의 단조로움을 피할 수 없어 화면처리에서 보여준 재능의 서정성에 산문적 상상력을 더했으면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