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촛불’ 바람 탄 전·월세 상한, 상가 계약 연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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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 청구권 도입, 상가임대차 계약갱신기간 연장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이 19일 발표한 ‘촛불시민혁명 입법·정책과제’에 해당 제도가 시급 당면한 2대 과제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은 반대하고 있지만, 여소야대 국회인 데다 야당이 ‘촛불 정국’으로 정국 주도권을 쥔 상태다.

전·월세 상한제는 임대차 재계약 시점에 임차료 인상률을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는 제도다. 함께 추진되는 계약갱신 청구권은 전·월세 계약이 끝났을 때 임차인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계약 연장을 보장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전셋값 상승을 억제해 서민들의 전세 보증금 부담을 줄인다는 게 제도의 취지다. 더불어민주당 에 따르면 재계약시 임차료 인상률은 최대 연 5%, 갱신 청구는 1회(계약기간 2+2년)로 하는 안이 유력하다. 이 안대로 법안이 통과될 경우 세입자는 2년 계약 뒤 집주인 의사와 상관없이 재계약을 요구할 수 있고 이때 보증금은 10%(연5%X2년) 이내로 올릴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내년 4월 임시국회가 끝나기 전까지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정국 주도권 쥔 야권 법 개정 방침
전·월세 2+2년 갱신 청구권도 추진
정부·여당 반대 “신중히 접근해야”
전문가 “보완책 없으면 부작용 우려”

반면 정부와 여당은 이 제도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새누리당 정책국 관계자는 “임대인의 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규제”라며 “예상되는 부작용이 많은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서민주거 안정이라는 취지에는 동의하면서도 세부적인 보완책이 없을 경우 이들 법안의 부작용이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월세 인상이 제한되면 집주인들이 규제 시행 전에 임대료를 대폭 올릴 가능성이 있다”며 “기대와는 반대로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집주인 입장에선 임대수익률이 떨어지는 만큼 장기적으로 민간 임대주택 공급이 줄어 장기적인 가격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도 있다.

최근 전·월세 시장 흐름이 바뀌어 제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내년부터 2년간 78만 가구에 가까운 입주물량이 쏟아진다”며 “이로 인해 이미 전셋값 고공 행진이 꺾이고 역전세난 얘기까지 나오는 시점이라 규제 도입의 필요성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주택시장의 양극화가 심각해져 서민 주거안정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부작용을 이유로 무조건 반대하기보다는 독일처럼 지역·주택을 세분화해 제도를 적용하는 등 보완책을 고민해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상가 임차인의 계약갱신 청구권 행사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현재 상가 임차인들은 1~2년마다 임차료 인상률을 연 9% 이내로 재계약하면서 최대 5년간 영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상가 세입자들은 선진국들이 보통 10~15년씩 장기 임대차를 보장하고 있다며 5년은 이익을 내고 투자비를 회수하기엔 역부족이라고 불만을 토로해왔다. 올 여름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가수 리쌍과 상가 세입자간의 분쟁이 이슈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상가 시장 역시 임대주택 규제와 비슷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함영진 센터장은 “리모델링·신축을 이유로 세입자를 내보내는 등 상가는 주택보다 세입자에게 우회적으로 부담을 전가할 방법이 많다”며 “이를 단속할 기반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 다양한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성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임차인들의 안정적인 사업 유지를 위해 기간 연장은 필요하다”면서도 “부작용을 줄일 촘촘한 세부 규제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승민 기자 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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