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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분당 초읽기 ··· 보수의 가치 재구축 고민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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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새누리당 내 친박·비박 세력의 분당이 가시화되고 있다. 비박계의 ‘유승민 비상대책위원장’ 카드를 친박계가 거부할 움직임을 보이면서다. 친박계인 정우택 원내대표가 “2∼3일 내에 (비대위원장을) 결정하겠다”고 하면서 이번 주 중 비박계의 집단 탈당은 초읽기인 분위기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에 대해 찬반으로 맞선 비박과 친박이 한 지붕 두 가족으로 살기란 쉽지 않다. 의원 개개인의 이념·성향이 뒤죽박죽인 잡탕 정당이 이참에 노선에 따라 분화하는 재편의 과정을 탓할 수는 없다.

새누리당은 유일한 보수 정당이다. 그간 보수 유권자들의 지지로 지탱해 왔던 새누리당으로선 ‘이혼’의 과정에서도 지지자들 앞에 떳떳한 명분을 내놓을 책임이 크다. 분당의 최대 변수는 김무성·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동반 탈당 여부다. 지역적으로는 새누리당 본거지인 부산(PK)과 대구·경북(TK)을 대표하는 정치 세력이 함께 탈당할 경우 파괴력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김무성 전 대표는 제3지대의 보수 신당을 만든 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영입해, 유승민·오세훈·남경필·원희룡 등과의 경선 흥행을 통해 선출된 후보로 재집권을 노린다는 속내다. 유승민 전 대표도 새 보수정당 창당은 불가피하다는 생각이 굳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 와중에 비박계들은 “유승민 거취에 따르겠다” “원내교섭단체 20석이 되면 따라 나가겠다”며 눈치 보기에 급급이다. 대선주자급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은 정치 생명이 걸린 도박이라 더욱 몸을 사린다.

당내 친박들은 “ 따로 가더라도 대선 직전 단일화해 재집권을 꾀해 보자”는 생각이다. 동상이몽이자 재집권을 위한 정략과 기득권 연명, 성찰 없는 탐욕만 엿보인다. 명망과 지역 외에 “왜 보수 신당인가”에 대한 성찰과 고민은 찾아보기 어렵다. ‘새로운 보수’를 어떻게 재구축할 수 있을지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역사 속에 부침했던 수많은 ‘파생 상품’ 꼴이 날 수밖에 없다. ‘100년 정당’을 꿈꾼다며 집권여당에서 뛰쳐나간 열린우리당은 정체성 혼란에 우왕좌왕하다 3년9개월 만에 간판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