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 현대아산 회장 투신 자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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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헌(鄭夢憲.55.사진) 현대아산 회장이 4일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 사옥에서 투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鄭회장은 대북 송금과 관련, 특검 수사를 받은 데 이어 비자금 1백50억원을 박지원(朴智元) 전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전달했다는 의혹 등에 대해 출국금지 상태에서 검찰의 수사를 받아왔다.

鄭회장은 현대가 추진해 온 대북사업이 특검수사와 함께 정치적 공방에 휘말린 데다 대검에서 현대 비자금 조성 및 분식회계와 관련해 세 차례에 걸쳐 집중조사를 받자 측근들에게 "너무 괴롭다"며 심리적 압박감을 호소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鄭회장은 이날 오전 5시50분쯤 현대본사 사옥 뒤편 주차장 앞 화단에 쓰러져 숨진 채 발견됐다. 신고자인 사옥 청소원 尹모(63) 씨는 "한 남자가 1.5m 길이의 소나무 가지에 발목과 상체 부분이 가려진 채 똑바로 누워 있어 술 취한 사람이 쓰러져 있는 줄 알고 경비원에게 알려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옥 12층의 鄭회장 집무실에서 세 통의 유서가 발견됐고 창문이 열려 있었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 결과 추락사란 소견이 나옴에 따라 鄭회장이 이날 오전 1~2시쯤 집무실 창문을 통해 투신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鄭회장이 가족과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 앞으로 남긴 유서에는 각각 "유분(遺粉)을 금강산에 뿌려달라""(정주영) 명예회장께서 원했던 대로 모든 대북사업을 강력히 추진하기 바란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한편 대검 중수부는 지난달 26일과 31일, 이달 2일 등 세 차례에 걸쳐 鄭회장을 불러 비자금 조성 의혹을 조사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鄭회장 조사는 변호사가 동행해 함께 식사하는 등 평온한 분위기에서 이뤄졌다"면서 "자살 동기와 직접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鄭회장의 빈소는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3층 30호실에 차려졌다. 현대그룹은 鄭회장의 장례를 현대아산 회사장으로 치르기로 했으며, 8일 오전 7시 발인에 이어 8시 영결식을 한다.

鄭회장은 1948년 현대그룹 창업자인 고 정주영(鄭周永) 회장의 5남으로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 보성고, 연세대 국문과를 나왔으며, 현대상선 사장과 현대건설 회장 등을 거쳐 2000년부터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으로 재직해 왔다.

윤창희.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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