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위 진술로 어제새벽 급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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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박군사건 재수사의 최대고비였던 경찰고위간부들의 범인축소조작·은폐 가담부분이 드러나기 시작한것은 28일상오2시쯤.
고문경관이 더 있다는 사실을 순순히 털어놓았던 조한경경위는 상사들의 관련 부분에 대해서는 말을 할듯말듯 주저하는 기색이어서 검찰 관계자들의 애를 태웠다는것.
조경위는 그러나 28일상오1시30분쯤 변호인인 김무삼변호사와 큰형 조한준씨(47)가 『이제 와서 무얼 감추겠느냐』며 설득작업을 편끝에 다시 심경변화를 일으켜 진술을 시작했다는 후문.
○…경찰간부들의 범인축소지시등 범행사실이 드러나지않자 고심하던 이종남 검찰총장은 27일 한영석 증앙수사부장에게 『사제단이 가장 먼저 성명을 냈고 아직 의문점이 많다고 하니 신부들을 만나 의문점부터 풀어나가는게 좋을것』이라고 지시, 한중수부장 함세웅신부등을 접촉한 것이 수사진전의 계기가 됐다고….
한부장이 함신부에게 『의심스러운게 뭐냐』고 묻자 함신부는 『조경위가 고문에 전혀 가담하지 않았고 고문경관 조작에 상사들이 관련됐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는것.
이때 한부장이 『조경위가 상사들의 관련사실은 계속 함구하고 있으니 도와달라』고 요청하자 함신부는 『검찰·경찰이 김무삼변호사와 큰형 조한준씨를 조경위와 면회시켜주지 않아 조경위가 검찰도 못믿는것 같더라』고 사건열쇠를 김변호사와 큰형이 쥐고 있다는 사실을 암시했다.
한부장은 27일저녁 검찰청사로 돌아온즉시 김변호사와 큰형 조한준씨를 수배, 검찰의 수사취지를 설명하고 조경위를 설득해 주도록 요청. 결국 심야 설득끝에 조경위의 입을 열도록 하는데 성공.
○…검찰이 2월하순 조경위의 구치소접견때 고문경관이 더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석달 가까이 지나도록 수사착수를 안했던 것은 당시의 「사회분위기」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월27일 서울지검 안상수검사가 구치소에서 처음 조경위의 심경변화 자백을 들었으나 3월4일 신창언부장검사 앞에서는 이를 번복, 『공소사실대로 2명밖에 없다. 처벌을 달게 받겠다』고 엇갈린 진술을 해 정식으로 수사착수를 할 것을 검토했으나 박군의 추모제·49재·백일재등 추모행사가 겹쳐 자칫하면 『불속에 기름붓는 격』이 될까봐 미뤄왔다는것.
한 검찰관계자는 『고문경관이 조작됐다는 내용이 엄청난 충격을 국민들에게 줄것이 뻔해 재판기일을 연기해가며 수사착수시기를 보아오다 사제단 성명에 일격을 당한것』이라고 말하기도….
○…28일낮 검찰의 출두요구를 받은 강민창전치안본부장은 하오8시55분쯤 대검중앙수사부로부터 다시 전화연락을 받자 하오9시 자신의 서울4라2545호 로열승용차를 타고 삼청동 검찰청 별관으로 직행.
군청색 줄무늬 양복차림의 강전본부장은 출발에앞서 보도진에 『제가 검찰에 가서 성실하게 조사받고 오겠읍니다. 여러분들도 수고하셨읍니다』고 웃으면서 말했으나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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