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의문점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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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박군을 죽음에 이르게한 고문의 실상은 어떤 것일까. 과연 「물고문」만으로 박군은 숨졌는가.
축소조작·은폐기도가 폭로되면서 모든 것이 의혹과 불신의 대상이 되어버린 박군고문치사사건은 고문의 내용에서도 실제보다 축소발표된 혐의가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바로 박군의 사체에 나타난 너무많은 피멍들이 그방증. 사체검안·부검소견·가족과 관련의사들의 증언들은 박군이 당한 고문이 『두차례의 물고문(경찰), 그밖에 볼펜으로 세차례 허벅지를 찌른것(검찰)뿐』이라는 당국의 발표보다는 훨씬 강도높은 것이었음을 뒷받침하고 있다.
당국은 부검소견서등 일체관계서류 공개를 아직 거부하고 있으나 관계자들의 증언을모아 고문의 진상을 추척해 본다.
◇물고문 2회 아니라 4∼5차례=수사관계자들에 따르면 박군의 사체부검소견서에는 가슴의 명치부분에서 위쪽으로 4∼5줄「평행의 선상출혈반」이 기록됐다.
가슴에 줄모양으로 피멍이 나타났다는 얘기다. 이는 길다란 면체에 가슴을 짓눌렸을때, 나타나는 흔적. 그 면체는 바로 박군의 목을 눌러 끝내 숨을 거두게한 욕조턱으로 보는것이 가장 합리적인 추정. 그렇다면 박군은 4∼5차례 욕조턱에 가슴을 짓눌렸다는 얘기가 되고 따라서 물고문의 횟수도 적어도 4∼5회로 보는것이 타당하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경찰과 검찰은 이 선상출혈반을 감춘채 물고문횟수는 2회라고 발표했으며 24일의 현장검증에서도 『물고문횟수는 큰 의미가 없다』고 얼버무리고 지나갔다.
◇직접사인=박군의 사체를 부검한 황적준박사(40·국립과학수사연구소부검의)는 신민당 박군사건진상조사및 고문근절대책 특별위원회에서의 진술에서 박군의 직접사인은 「경부장기압박에 의한 질식사」이며 『사체의 얼굴에 벌겋게 피가 몰린 울혈상을 나타낸 것으로 미루어 목부위의 대정맥이 눌리는 바람에 동맥피가 얼굴에 쏠린채 혈행이 중지돼 뇌에 산소공급이 끊기고 뇌사에 이른것으로 본다』고 과정을 설명했다.
뇌는 4∼5분만 산소공급이 끊기면 죽는다.
황박사는 1월16일밤6시쯤 긴급연락을 받고 조수2명, 사진사등 자신까지 4명의 부검팀을 조직, 1시간20분에걸쳐 부검을 했으나 사망시의 상황설명등 일체의 사전정보가 없어 부검때는 물고문사실을 알지못했다고 진술했다. 나중 물고문사실을 알고 떼어내 보관한 박군의 장기조직을 갖고 대조실험을 한결과 폐조직등에서 서울의 수도물에서 검출되는 플랭크톤이 다량 나와 박군이 수도물에 고문을 당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물고문 그자체가 직접사인은 아니라고 밝혔다.
◇폐의 출혈반=황박사는 박군이 폐결핵을 앓고난 흔적이 물고문과정에서 터진것이라는 당국의 발표는 자신이 작성한 소견서와는 다르다고 진술했다. 박군은 본인이 몰랐을지 모르나 활동성 폐결핵이었으며 물고문때 그 병변이 출혈을 일으킨 것으로 보았다. 크기는 탁구공정도로 알려진것보다 큰 계란크기정도.
황박사는 소견서에 기재한 내용이 발표문에서는 생략되고 표현이 바뀌면서 의학적으로는 있을수 없는 설명이된 경우도 있다고 했다. 폐결핵을 앓은 흔적이 터졌다는 것이 그 한예.
◇온몸의 피멍=박군의 사체는 입술이 터지고 코가 까진 흔적이 있고 가슴속 위 살갗이 벌겋게 변해있었으며 목·앞머리·뒤통수·이마·목젖안쪽·왼쪽허벅지·무릎위쪽등 전신에 피멍이 있었다. 오른쪽팔 윗부분에 눌린 자국이 있고 오른쪽 엄지에서 검지사이, 장딴지등에도 멍이 나타났다.
24일 현장검증에서 머리의 피하출혈은 물고문을 하면서 머리를 끌어당겨 물속에 밀어넣을때, 손가락의 멍은 손을 묶고 물고문을 한데서 생긴것으로 추정된다.
또 가슴부위의 피하출혈은 30여분동안 인공호흡을 실시할때 생긴 것으로 황박사는 보았다.
그러나 온몸에 나타난 무수한 피멍들은 연행·물고문 과정에서의 반항으로만 생겼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주먹으로 때리는등의 「둔체에 의한 피하출혈」의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보고있다. <문병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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