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된 생활로 왕성한 연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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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피아노의 황제」라고도 불리는 칠레출신의 노장 피아니스트 「클라우디오·아라우」옹(84)이 처음 우리나라를 찾아왔다.
21일(하오7시30분)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KBS교향악단(지휘 원경수)과 「베토벤」의『피아노 협주곡 제5번「황제」』를 협연하며 23일(하오7시30분)에는 호암아트홀에서 독주회를 갖는다. 연주곡목은 「베토벤」『소나타 제21번「발트슈타인」』,「리스트」의 『순례의 연보』등.
이번 연주회는 그의 연주를 처음이자 아마도 마지막으로 직접 감상할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음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는 5살때 공개연주회를 가진 이래 80년동안 피아노와 함께 살아왔으며 최근에도 한해평균 60회정도의 연주회를 갖는등 젊은이 못지않은 정력적인 연주활동을 펴고 있다.
『아직까지는 연주하는데 조금도 불편을 느끼지 않아요. 힘보다는 편안한 연주테크닉을 구사하기 때문이지요.』
서양인으로서는 비교적 자그마한 체구에 나이탓인지 걸음걸이는 역시 조심스러웠으나 『연주하는데 나이의 한계를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을 한마디로 일축한다. 술·담배를 하지않고 잠을 충분히 자는등 절제있는 생활이 오랜 연주생활을 가능케해주었다고 설명한다.
「아라우」옹은 다른 피아니스트들과는 달리 감정과 박력용 앞세우기보다 작품을 면밀히 해석해 연주한다. 특히 「베토벤」과 「슈베르트」「리스트」등의 해석에 탁월하다는 평이다.
『되도록 많은 작곡가들의 작품을 연주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야 음악생활이 풍부해지니까요.』
그는 많은 레퍼터리를 갖고 있으나 「바하」이전의 바로크음악은 별로 연주하지 않았다. 『「바하」나 그이전의 작품들은 피아노보다는 하프시코드(피아노의 전신)를 위한 음악들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 피아니스트의 연주는 들을 기회가 없었지만 지휘자인 정명훈과 곽승과는 협연한 적이 있읍니다. 연주에도 만족했고 뛰어난 지휘자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요즘 연주회외에도 활발한 레코딩활동을 펴 「모짜르트」와 「슈베르트」의 소나타 전곡과 「베토벤」『피아노협주곡』전곡(지휘「콜린·데이비드」의 녹음을 거의 끝냈다고 전한다. 최근엔 신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연주가 없을 때는 다방면의 책을 읽는 것이 취미다. <이창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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