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의 신비<23>|유전자|사슬모양의 초정밀 반도체회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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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송아지 송아지 얼룩송아지 엄마소도 얼룩소 엄마닮았네』
유년시절 누구나 즐겨 부르던 동요다.
왜 얼룩송아지는 엄마소를 닮았을까. 사람들은 왜 나보고 엄마·아빠를 닮았다고 말할까.
어렸을적 가끔씩 가져본 이같은 생각은 바로 유전현상의 존재를 단적으로 나타내는 증거다.
당연한 얘기지만 모든 생명체는 유전학상으로 부모를 닮도록 되어있기 때문이다.

<염색체가 핵심>
다시 말해서 한쌍의 배우자가 다음세대에 자신들의 형질적인 특징을 전달해주도록 되어있다는 것이다.
형질은 과연 어떻게 전수되는 것일까.
한양대의대 백룡균교수(유전학)는 『염색체라는 물질이 유전현상의 신비를 좌우하는 핵심물질』이라고 설명한다.
사람의 염색체는 22개의 보통염색체(상염색체)와 1개의 성염색체를 한세트로해서 2세트가 있다.
즉 44개의 보통염색체와 2개의 성염색체로 구성되어 있는데 피부세포를 포함한 인체의 모든 세포안 세포핵에 존재한다.
염색체는 DNA와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는데 DNA속에 형질을 나타내는 각종 유전인자가 들어있다.
DNA는 쉽게말해 각종유전정보를 보유한 사슬모양의 초정밀 반도체회로와 같다고 생각해도 좋다.
염색체1개당 DNA사슬의 평균길이는 5cm정도로 46개의 염색체전체로는 2.4m가량이 된다.
이것이 마이크로(1천분의 1mm단위의 세포속 일부에 배열돼있다고 볼때 요즈음 손톱크기만한 반도체칩에 10여만개의 정보를 수록했다고 흥분하는 전자공학수준도 인체내 유전정보 수록차원에 비하면 상당히 미약한 것임을 쉽게 알수있다.

<정·난자 랑데부>
인체세포를 약60조개로 추산하면 체내의 DNA사슬의 총길이는 1천4백40억km, 지구와 태양사이를 5백번 왕복하는 엄청난 길이가 된다.
염색체에 들어있는 유전인자의 수효는 대략 5만쌍으로 추산되는데 사실상의 수록총유전정보는 약70만건으로 백과사전 1천권분량의 막대한 정보량을 갖기때문에 자식은 부모를 닮게되는 것이다.
그러면 구체적인 유전현상을 살펴보자.
난자와 정자는 하나의 생명체이긴 하지만 아직 완벽한 개체는 아니다. 염색체상으로 22개의 보통염색체와 1개의 성염색체를 가진 반쪽일뿐이다.
엄마쪽에서 만들어진 난자는 엄마가 가진 한쌍의 염색체군중 반을 쪼개 갖고있고 아빠쪽에서 만들어진 정자역시 마찬가지다. 따라서 유전인자상으로 자녀들은 엄마와 아빠로부터 꼭 반씩 형질을 이어받게된다.
그러나 실제로 자녀들 가운데는 엄마쪽을 더닮는 수도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또 부모중 어느 한쪽이 가진 특정질환을 타고나는 수도 있다. 이것은 유전이 가진 특수성에 기인하다.
양쪽으로부터 꼭같이 반반씩의 염색체를 받았다 해도 그 속에는 형질에 따라 우성인 것과 열성인유전자가 따로 있다.
예컨대 아빠가 쌍꺼풀이 아니라도 엄마가 한쌍의 상꺼풀 유전자를 지녔다면(물론 엄마는 상꺼풀) 자녀는 모두 상꺼풀이 되고 엄마가 한개의 쌍꺼풀유전자를 지녔다면(역시 쌍꺼풀) 자녀의 반이 쌍꺼풀이 되는데 이것은 쌍꺼풀이라는 유전형질이 외꺼풀에 대해 우성이기 때문이다.
형질의 우열을 몇가지만 살펴보면 흑발>금발, 고수머리>곧은머리, 높은코>낮은코, 흑색피부>황색피부>백색피부, 높은지능>낮은 지능등이다. (우성>열성)

<엄마 쌍꺼풀 닮아>
연세대의대 김길영교수는 『유전인자가 담당하는 대사및 생체기관 관장임무가 유전학에서는 더욱 중요시 되어야한다』고 강조한다.
이것들은 이른바 각종 유전성질환과 연계되어 생존여부를 결정하는 열쇠가 되기때문이라는것.
염색체수가 정상보다 많거나 적어 유전자가 과잉이거나 결핍될때 나타나는 병적인 형질을 살펴보자.
21번째 염색체가 3개인 경우 몽고병이라고해서 정신박약증세를 보이고 18번·13번·5번등의 염색체가 많거나 적을때 소두증·<합지증·다지증등의 이상형질이 되며 성염색체가 이상일때는 중성(x염색체가 1개 더많은 남녀의 경우)이나 생식능력상실(x염색체 1개결핍시)등의 이상체질이 나타난다.< p>

<당뇨·고혈압 유전>
유전자 1개가 다른 유전자로 대체되거나 이상유전자가 됐을때 나타나는 병적인 형질도 많다.
보통염색체상의 유전자이상에서 오는 페닐케톤요증은 DNA구조변화나 아미노산대사를 막아 일어나는 변으로 신체·정신발육이 불량해 지진아가 되며 X성염색체이상에서는 혈우병·색맹등이 나타난다.
한편 많은 유전인자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나타나는 병적인 형질을 보면 유전성 당뇨병·본태성고혈압·각종 소화기기형·언청이등으로 이 역시 정상적인 생활에 큰 영향을 주는 질병들이다.
지능·체중·신장등도 수많은 유전인자들의 복합적인 상호관여와 환경에 의해 결정되는 형질로 알려져 있다. <윤재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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