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정경 시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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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통일 민주당의 정강중 통일 조항을 둘러싸고 정부· 여당과 민주당사이에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여당은 허문도 통일원장관의 이 문제에 대한 정부 공식견해 표명과 당대변인성명을 통해 통일 관계 정강의 수정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으나 민주당은 14일의 해명결의안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입강을 고수하고 있다.
시비는 민주당 정강가운데 민주통일이 정치적 이념과 체제를 초월하는 민족사적 제1과제임을 인식하고 이를 국정의 지표로 삼는다』 고 밝힌데서 발단되었다. 여권은 이 항목을 용납하면 월남식 통일을 적극적으로 배제할 근거까지 없애는 결과를 빚는다고 보았으며, 제4항에서 핵공포를, 제5항에서 통일논의를 강조한 것도 이념·체제상의 혼란을 부채질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우리당 통일정강이나 정책은 「7· 4공동성명」과 82년1월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밝힌 「민족화합 민주통일방안」과 일치하는 것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 고 주장한다.
물론 통일은 우리 민족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점에서 이에 대한 논의는 필요하고 또 활발하게 전개되어야 한다.
그러나 통일논의는 어디까지나 학문적으로 진지하게 진행되어야지 경잭적인 정치세력간의 정爭의 대상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더구나 88년의 평화적 정권교체와 서울올림픽을 앞둔 이 시점에서 개헌,민주화와 같은 시급한 정치현안을 제쳐놓고 먼 장래의 문제에 여야가 휩쓸려 있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4천만 국민 가운데 더러는 좌경적 색채를 떤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절대 다수의 국민은 자유민주주의의 기초 위에서 조국이 통일되기를 바라지, 공산화된 통일을 바랄 사람은 한줌도 안 된다고 확신해도 된다.
더우기 민정당 이건, 민주당이건 정권을 둘러싼 이해는 갈릴지언정 반공이나 통일 문제에 관한한 근본적인 이견은 없다고 국민들은 믿고있다.
때문에 우리는 여야가 한시 바삐 어느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통일정강에 관한 공방을 종식하기를 촉구하는 것이다.
본질문제에 대한 큰 이견이 없다면 확전을 거듭할수록 국민들이 보기엔 싸움을 위한 싸움,논쟁을 위한 논쟁으로 비치기 쉽다.
민주당은 창당과정에서 시간에 쫓겼던 것이 사실이다. 그로인해 정강정책 작성과정에서 충분한 연구와 검토를 거치기 어려웠던 사정도 있었을 것이다.
그럴수록 우리가 이미 지적한 대로 모든 정강정책, 특히 통일과 같은 미묘한 문제에 대해서는 한가닥의 오해도 없도록 신중에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 민주당이 뒤늦게 해명성 결의를 한것은 오해의 소지를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볼 근거가 된다.
그렇다면 한걸음 더 나아가 해명을 위한 성의를 보인다고 해서 크게 체면을 구기고 위신이 떨어질 일 같지는 않다. 민주당의 입장에서 당면 최대과제가 개헌 및 민주화에 있다면 더욱 그렇다.
한편 정부·여당도 이 문제를 사법적인 차원에서 다루지 않기를 바란다. 정치문제에 법이 개입하면 사태는 오히려 악화되기 쉽다는 점에서 뿐만 아니라 통일 문제가 단순히 우리의 내부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찰이 정치적 해결을 기다려 관계자 소환수사를 늦추기로 한것은 다행이다. 통일 정강을 둘러싼 어야의 공방을 국민들은 어리둥절한 가운데 걱정스런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국민의 우려를 덜어주고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서도 여야는 한발짝씩 물러서 부질없고 소모적인 논쟁을 시급히 끝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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