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접촉위한 「중개역」요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동경=최철주특파원】일본의 북한전문가들은 김일성의 북경행차가 ①당면하고있는 경제적 핍박뿐만 아니라 ②북한과 비동맹국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지고 ③소련 및 중공이 추진하고 있는 개방정책과의 부조 ④내년 서울올림픽을 전후한 남북대화 및 한반도문제가 북한에 매우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데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중공은 금년 봄에 있었던 한미합동군사훈련에 대한 북한의 맹렬한 비난에 동조하지 않았으며 주한미군의 신무기 배치에도 의식적으로 논평을 회피해 왔다.
더우기 중공의 서울올림픽참가는 거의 기정사실화 되어있다. 그런데도 김일성이 북경을 방문하는 이유에 대해 「다케사다」(무정수사·일방위청 방위연구소교관)씨는 미국이 대북한 규제조치를 완화하면서 「볼은 저쪽으로 넘어갔다」고 했다.
이제 그 볼을 어떻게 넘길 것인가에 대해 북한은 중공과 상의하는 「절차」를 밟아 외교적 고립에서 빠져나오려고 시도하고 있다.
북한은 또 최근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보수적으로 gm르고 있는 중공정책과 미·중공의 군사적교류의 밑바닥을 탐지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미국과 『성의를 갖고 교섭할 용의가 있다』면서 김일성의 중공방문계획을 동시에 발표한데 대해 「사토」(좌등승사·현대코리아연구소장)씨는 『북한은 미국 및 일본에 접근할 수 있도록 중공의 중개역을 희망하고 있다. 북한은 군사적으로 소련에 매우 접근해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북한은 위험하다」는 의구심을 안겨주고 있으며 경제적으로는 제3차 7개년 계획이 3년이나 늦추어질 정도로 소련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제 북한은 중공과의 협력을 중시해 대미접근을 시도하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만약 북한의 그같은 의도가 사실로 나타난다면 이는 동북아시아에서 증대되고 있는 소련의 군사력증대를 저지한다는 중공의 전략에 부합되며 중공은 미·북한간에 다리를 놓는 역할을 기꺼이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일성의 북경방문에는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저의도 있다. 「다케사다」씨는 『미국언론의 한국민주화정책에 대한 비판이 강해지고 한국국내에서는 여야대립이 격렬해지고 있는 현 정세를 북한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끌고 가기위해 미국과 직접 교섭용의가 있음을 선전적으로 끌어나가고 있음을 눈여겨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전문가들은 김일성이 북경방문을 통해 실질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나 대미·대일접근을 통해 서울올림픽을 전후한 한국우위의 체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탐색하는데 이득을 노리고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그의 방문 성격을 가늠하는데는 중공의 정치정세와도 연관시겨 볼 필요가 있다.
김일성의 중공방문가능성은 호요방중공당총서기가 사임한 두달후인 지난 3월부터 북경외교가에서 나돌았다. 김은 당시 평양에 도착한 중공 중앙대외연락부장 주량등 대표단을 직접 만나는등 파격적인 대우를 하면서 그의 북경방문 가능성을 타진했다.
북경의 소식통들은 김이 호요방사임후 중공 최고지도부내에서 보수장로그룹의 발언권이 드세어지고 있는 징후에 대해 매우 호감을 보였으며 그 자신이 직접 북경에 가서 중공정정을 탐색하고 싶어했던 것으로 보고있다.
이는 그만큼 중소 틈바구니에서 김일성이 불안해했다는 정황증거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