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칫돈이 흘러갈 곳 마련해야 부동자금 과잉·수입물가 들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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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물가문제가 다시 경제정책의 전면에 큰 그림자를 드리우며 떠오르고 있다.
경제기획원을 비롯한 물가 관련 부처는 요즘 들먹이고 있는물가의 고삐를 다스려 감기 위한대책을 서둘러 마련하느라 매우 분주한 모습이다.
정부는 금명간에 물가안정 종합
대책을 마련, 강력히 시행할 방침인데 최근의 「부안」낌새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초동단계에 이를 다스리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진다.
정부가 물가대책에 대한 행동을 취하기로 결심한 것은 4월중의 물가가 비교적 큰 폭으로 올라(월중 소비자 0·7%,도매 1. 1% 상승) 올들어 4월까지의 물가상승폭(소비자 1·7%, 도매 1· 6%) 이 연초 정부가 설정한 물가관리목표 (소비자2∼3%, 도매 1∼2%) 에 거의 육박, 물가 경보가 울린 탓이다.
정부가 대대적인 물가안정 시책을 서둘러 마련해 추진키로 한 것은 우선▲정책당국으로서는 현실적으로 「성역」으로 치부되고 있는 물가관리 목표를 어떻게든 달성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데다▲아직 뚜렷이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유동성 과잉 등 그간 지적되어온 잠재적인 부안 요인이 무엇보다도 두렵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물가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소들은▲지난해 거의 제자리 걸음을 했던 농산물 가격의 상대적인 상승▲임금·석탄·양곡 수매 값 등 다른 물가수준이나 생산성과 관계없이 정책적 인상이 불가피한 부문▲엔·마르크 등 달러이외 통화에 대한 원화의 상대적인 대폭절하와 수출호황에 따른 국내물자 부족 및 해외 원자재값의 상승▲그리고 이리 저리 몰려다니고 있는 거액의 부동자금 동향 등이다.
정부가 마련증인 대책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이 망라되는 것 같다. 그 중 농산물가격 안정은 특히 유통구조 개선쪽에 중점이 두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물자 부족과 원화의 상대적인 절하에 대해서는 일부 품목에 대한 관세를 내려 (할당관세) 수입을 촉진하거나 국내가격과 경쟁을 시키는 대책과 함께 원화 환율의 운용문제가 심각하게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기도 하다.
최근 해외 원자재값의 동향은 크게 신경을 써야할 정도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원자재값의 상승에따라 4월중에만 해도 나프타(월중6·1% 상승),에틸렌 (5·6%), 벤젠(16.1%) , 메탄올 (29· 6%) , PS수지 (9· 1%) 등의 도매가격이 크게 올랐는데 관세인하를 통해 앞
으로 계속될 가격인상 요인을 흡수하겠다는 것이다.
수입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대책으로서의 환율의 운용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원화가 달러이외의 통화에 대해 상대적 절하가 되고 있기 때문에 올 들어 수입물가는 넉달 동안 벌써6·6%나 올랐다.
수입 쪽에서 보면 특히 자동차·뇌자등 엔고를 감수하고 일본으로부터 부품을 많이 사다 쓰는 업종은 이미 상당한 가격인상 압박을 받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달러에 대한 원화의 절상으로 예컨대 자동차의 경우 벌써 수출가격이 한계선까지 가 있는 등 우리의 수출사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도 없다는 전환율 운용의 고민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시중에 풀려 다니고 있는 뭉칫돈들을 부동산투기·증권투기 등에 흐르지 않도록 흡수하고 갈곳을 마련해주는 일이다.
당초 기업원가 측면에서의 금리인하도 생각했었으나 결국 이번 대책방안에서는 거론치 않기로 한 물가당국의 고민도 바로 여기에 있다.
결국 통화관리·증시대책·부동산 투기대책, 나아가서는 장기적인 금리체계 조정등 각 분야에서의 종합적이고 지속적인 대책이 긴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한가지 중요한 것은 정부의 시책 못지 않게 일반 국민이, 특히 서비스 요금 등에서 철저한 가격비교를 통한 합리적인 소비습관을 몸에 배도록 하는 일이다.
비싼 물건은 안 사 쓰는 소비행태 만큼 물가안정에 도움을 주는 것은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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