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의 눈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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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영어에 「악어의 눈물」이라는 말이 있다. 짐승들을 눈 하나 끔쩍하지 않고 잡아먹는 주제에 눈물을 흘린다면 그 위선은 알만하다.
요즘 미국 민주당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감이던 「게리· 하트」를 잡아 먹은 (?) 미국의 신문들은 뒤늦게 「악어의 눈물」 을 흘리는 논란을 벌이고 있다.
뉴욕 타임즈지는 7일자 논평란에서 전편집국장 「로젠설」의 기고를 통해 마이애미 헤럴드지를 비판했다.『한밤중 남의 집에 기음를 몰래 들여보내 망을 보게 하는 행위는 신문으로서는 가장 수치스러운 일이다. 내가 만일 기자였다면 그런 명령엔 고개를 돌렸을 것이다』
마이애미 헤럴드지는 플로리다주에 본사를 둔 지방신문. 지난 1일 익명의 전화제보를 받고 이 신문의 기자 4명은 그날 밤부터 이틀 밤을 꼬박 「하트」 집에 참복하며 모델걸 「도너· 라이스」 양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드디어「라이스」양은 1일 밤11시30분 「하트」 집에 들어가 이튿날 저녁8시4O분 뒷문으로 빠져나가는 장면을 잡아냈다.
이것이 「하트」으로 하여금 대통령후보 운동을 포기하게 만든 사건의 시말이었다.
세상엔 꼭 무슨 감투를 쓰고 있지 않아도 「공적인 인물」 (Public figures)이 있다. 법학자들은 『그의 인격, 명성, 생활양식에 의해서, 또는 공중이 그의 인격, 행동 등에 정당한 관심을 가지는 직업을 가짐으로써 공적인 인물이 된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이런 공적 인물은 공중의 시선을 받고 있는 범위 안에서는 사생활이 없다. 본인이 불평을 해도 어쩔 수 없는 유명세다.
특히 신문의 뉴스는 보통의 일상사가 아니고 공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항을 대상으로 삼는다. 공적 인물의 사생활이 신문에 보도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물론 「사생활의 비밀」은 헌법에도 보장된 권이다. 문제는 공인의 사생활인데, 이것은 시민의「알권리」 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알권리」 란 공공의 이익이란 관점에서 소홀히 될 수 없다.
이런 시비는 사실 두부 모를 자르듯이 똑 떨어지는 결론을 얻기 어렵다. 그러나 미국과 같은 나라에선 그것을 언론의 자유에 맡겨 놓는다.
「게리·하트」의 경우처럼 어떤 신문은 신명이 나서 그 사실을 대주특필하고, 또 어떤 신문은 『너무했다』는 비판도 한다.
그런 가운데 국민들은 「옳은 방향」을 감 잡을 수 있게 되고, 또 그것은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방법도 된다. 미국신문들이 흘리는 「악어의 눈물」은 그런 점에선 체온이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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